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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공보라인’을 전면 교체한 가운데 백악관의 신임 공보국장인 앤서니 스카라무치(53·사진)가 임명 되자마자 언론과의 관계 개선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을 쏟아냈던 그가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스카라무치 국장은 휴일인 23일(현지시간) CNN, 폭스뉴스, CBS 등 주요 방송사의 뉴스와 대담 프로그램에 잇달아 출연해 공보팀 운영 방향과 현안에 대한 견해 등을 상세히 밝히며 의욕을 보였다.
또 백악관 내에서만큼은 내부 정보가 외부 유출되는 것을 전면 차단하고 대언론 관계를 획기전으로 개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언론 관계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시작인만큼 주류 언론과 관계를 맺을 것”이라며 “언론과의 관계에서 새롭고 좋은 느낌이 드는 시대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그를 깜짝 지명했다. 골드만삭스에서 헤지펀드 매니저로 일했던 스카라무치는 공화당의 주요 기부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지지자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인 그는 골드만삭스에서 일한 후 스카이브리지 캐피털을 설립했다.
그는 ‘월스트리트 위크’라는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월가에서 이름을 알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스카라무치는 공보 경력이 일천해 백악관 내에서 숀 스파이서 대변인이 그의 영입을 반대하다 결국 사임했다.
워싱턴에서는 스카라무치가 과거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던 트위터를 삭제한 ‘코드 맞추기’를 두고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스카라무치 국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예전 트윗을 지우고 있다. 과거의 견해는 진화했고, 방해가 돼서는 안된다”며 “미 대통령의 어젠다만이 중요하다”고 썼다.
정치 전문가인 찰리 쿡은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가로부터 조언을 원하지 않고 단순히 평판을 상관하지 않고 끈질기게 자신을 옹호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스파이서는 워싱턴에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대통령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먹히지도 않을 건전한 조언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월가 뱅커처럼 옷을 입고 다니는 스카라무치가 ‘수트핏이 안 좋다’부터 ‘카메라 앞에서 허둥댄다’는 것까지 모든 것을 조롱당한 스파이서 전 대변인보다 트럼프 방어에 더 잘 맞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스카라무치는 비슷한 배경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스카라무치가 쇄신에 나섰지만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페이스대 정치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카푸토는 스카라무치가 “전달 불화를 해결하거나 대통령과 외신 사이의 긴장을 해소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2015년 12월 워싱턴 ‘뉴지엄’(신문박물관)에 보관된 베를린 장벽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장벽은 소용이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2012년 8월과 2015년 7월에는 무분별한 총기 보유에 반대하는 글을 적었다. 기후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3월 트위터에서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고 믿는 사실은 낙담할 일”이라고 적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모린 다우드는 트럼프 대통령과 스카라무치를 “거물과 빈대(The Mogul and the Mooch)”라고 풍자하며 스카라무치에 대해 “매력적인 미소에 번지르르하게 머리를 치장한 부유한 미니미(mini-me) 맨해튼 친구는 어떤 말이든 하고 어떤 태도든 뒤집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스카라무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퀸즈 카운티 깡패 협회’ 회장에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스카라무치는 “그(트럼프 대통령)이 이 얘기를 15초마다 한다... 만약 이 얘기를 듣고 계신다면, 개인적으로 그 얘기를 한 것을 50번 사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