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음악의 아버지’ 바흐(1685~1750) 작품 중 국내에선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수난곡’이 최근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바로크 음악 전문 합창단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은 지난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흐가 1724년 작곡한 ‘요한 수난곡’(작품번호 245) 전곡을 공연했습니다. 독일의 고음악 단체 프라이부르크 오케스트라는 바흐가 1727년 작곡한 ‘마태 수난곡’(작품번호 244)을 다음달 롯데콘서트홀(4월 3일), 통영국제음악당(4월 5일), LG아트센터 서울(4월 7일)에 올립니다.
◇전곡 연주 2~3시간 달하는 ‘수난곡’, 부활절 맞이해 무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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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 부활절을 앞둔 만큼 지금 시기에 바흐의 수난곡을 접하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사순절에 교회와 공연장에서 바흐의 수난곡을 자주 연주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바로크 음악 전문 연주자 및 단체가 많지 않은 한국에서는 자주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마태 수난곡’은 전곡 연주에 무려 3시간, ‘요한 수난곡’도 2시간이나 소요되는 만큼 이들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작품의 배경만 놓고 보면 종교 음악으로 여겨지는 수난곡을 21세기인 지금 왜 들어야 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바흐가 남긴 바로크 음악의 정수가 수난곡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수난곡은 오페라처럼 성악가들이 연기를 하지 않을 뿐, 기악과 성악의 모든 요소가 들어 있는 ‘종합 예술’입니다. 종교를 떠나 음악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감동을 선사하죠. 한 관계자는 “바로크 음악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요한 수난곡’과 ‘마태 수난곡’을 근 한 달 사이에 국내 무대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클래식 팬으로서는 축복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멘델스존 통해 부활한 ‘마태 수난곡’, 헤겔도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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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 수난곡’이 지금까지 공연되기까지에는 재미있는 사연도 있습니다. 바흐가 1727년 완성한 이 작품은 1729년 초연했는데요. 이후 몇 차례 더 공연했지만, 바흐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거의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사라져가던 ‘마태 수난곡’을 발견한 건 멘델스존(1809~1847)이었습니다.
멘델스존이 정육점에서 사온 고기 포장지를 통해 ‘마태 수난곡’의 악보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이는 스페인 감독 페레 포르타베야 감독이 2007년 발표한 영화 ‘바흐 이전의 침묵’에 등장한 것으로 영화 속 허구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멘델스존이 14세 생일 때 자신의 할머니로부터 ‘마태 수난곡’의 악보를 받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스무 살이던 1829년, 대규모 합창단과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바흐의 무대를 재현했죠. 당대 최고의 철학자였던 헤겔은 이 공연을 본 뒤 “바흐는 위대하고 진실한 신교도였으며, 강인하고 박식한 천재였다”고 찬사를 보냈다고 합니다.
다음달 열리는 프라이부르크 오케스트라의 ‘마태 수난곡’ 공연은 지휘차 프란체스코 코르티의 지휘 아래 스위스 취리히 징-아카데미 합창단,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 등 60여 명이 출연하는 대규모 무대를 예고합니다. 예수 역의 바리톤 야니크 데부스, 복음사가 역의 테너 막시밀리안 슈미트 등이 3시간 동안 68곡의 숭고한 음악 세계 선보입니다. 특히 현역 최고의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가 부르는 39번 알토 아리아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Erbarme dich)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