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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여당 의원들은 야당 측 질문 순서가 오면 일제히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가 질문 차례가 되돌아올 즈음 어슬렁 복귀하는 행태를 회의 끝까지 반복했다. 윤 대통령을 ‘1호 당원’으로 둔 여당으로서 사태의 진상을 밝히고 수습하겠다는 의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방청석에 학생들이 보고 있다”며 양측에 주의시키자 일부 야당 의원은 학생들도 들으라는 듯 여당을 향한 비난의 고성을 더욱 높였다.
이어 질문 차례가 바뀌자 “얘기를 좀 들어보세요” “학생들이 보고 있잖아요!”라는 일갈에도 여당 의원들은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한 의원은 이 상황이 신난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방청석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애초 이날 긴급현안질문은 비상계엄 사태뿐만 아니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진상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의원이 비상계엄, 윤 대통령 체포 공방에 몰두한 탓에 참사 관련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았고, 국무위원들로부터 의미 있는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참사가 발생한 지 보름도 지나지 않았고 진상은 여전히 오리무중인데 당시의 충격과 비통함을 벌써 정쟁으로 덮어버린 것이다. 참사 직후 부랴부랴 무안으로 달려가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고개를 숙이던 여야 의원들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사고의 진상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기를 기대하며 생중계를 지켜봤을 참사 유가족들, 그리고 애통한 마음을 함께하는 국민이 어떤 심정이었을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방청석에서 한바탕 난리통을 직관한 학생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웃음과 함께 총총히 자리를 떠났다. 인솔교사의 “얘들아, 국회는 전국 각지의 민의를 대표하는 의원들이 엄중한 토론과 합의로 나라의 중대 사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곳이야. 절대로 귀 막고, 욕하고, 욱하고, 싸우라고 있는곳이 아니야”라는 말은 부질없는 해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