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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에서 메밀국수집을 운영하는 55세 여성은 9일 아사히신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는 12일부터 도쿄에 긴급사태 발령해 주류 판매는 제한한다면서 도쿄올림픽은 무관중으로나마 치르겠다는 일본 정부 방침에 허탈감을 드러냈다.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비치발리볼 경기장에서 관중을 안내하기로 한 28세 자원봉사자는 “관계자들의 안내 업무는 하겠지만, (관중이 없는데) 봉사활동을 하는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봉사자도 “해외 관중 맞이를 위해 영어공부를 시작했지만 코로나19로 쓸모없게 됐다. 국내 관중들이라도 즐겁게 안내하려 했지만 그것마저도 어렵게 됐다. 이 상황에서 동기부여를 유지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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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긴급사태를 발령하더라도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데에는 효과가 없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작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긴급사태를 발령한 탓에 국민들의 피로도가 극히 높아졌고 이 때문에 경계심은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이다.
NTT 도코모 휴대전화 위치정보로 추적한 통계에 따르면 신주쿠와 시부야, 긴자 등 번화가에선 3차 긴급사태를 선언한 지난 5월 초 유동인구가 오히려 늘었다. 또 긴급사태 선언을 해제한 뒤 첫 주말인 지난달 26일엔 긴자와 이케부쿠로 유동인구가 각각 97%, 92% 급증했다. 긴급사태를 발령하든 안하든 유동인구는 꾸준히 늘었으며, 오히려 긴급사태가 풀리자 더 많은 인구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는 얘기다.
무관중 개최가 아니라 도쿄올림픽을 아예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나단 라이너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무관중 개최 결정에 “일본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결과일지 모르지만 일본은 올림픽을 취소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일본 백신 접종률이 15%에 그치는 등 올림픽을 강행할 경우 코로나19 확산이 불가피하다고 라이너 교수는 설명했다.
애초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질 것이라며 긴급사태 선포에 미온적이었다. 스가 총리는 “백신 덕분에 중증으로 번질 수 있는 고령층 감염자가 줄었다”며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 백신 접종률까지 올라가면 감염이 잦아들 것으로 낙관했다. 장마철이 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뜸해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6월 말 기준 일본 정부가 확보한 모더나 백신은 기존 목표치의 3분의 1에 그쳤고, 백신 공급 지연으로 그의 기대는 빗나가게 됐다.
적자 올림픽이 예고된 상황에서 차라리 중단하는 게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줄스 보이코프 미국 퍼시픽대 정치학과 교수는 “올림픽은 일본에 적자를 가져올 것”이라며 “중지하면 입장료나 방영권 등 수입을 얻지 못하지만, 개최하더라도 코로나19 감염이 확대되면 오히려 대응·대책 비용이 늘어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