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硏 “내수·수출 동반 약화 우려…L자형 장기 불황 올 수도”

정두리 기자I 2024.12.03 11:00:00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주평 보고서
내수 경기 침체 속 수출 경기도 약화 전망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급증에 대비해야”
“일자리 창출 등 전반적 투자 활성화돼야”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내수 경기가 침체를 지속하는 가운데, 그동안 호조를 보였던 수출 경기의 회복력도 약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내수를 부양할 모멘텀이 없을 경우 장기간 불황 국면이 지속되는 ‘L’자형 장기 불황이 올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급증에 대비하는 한편 경제 내 전반적인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최대 수출항구인 부산항. (사진= 연합뉴스)
현대경제연구원(연구원)은 3일 ‘내수·수출의 경제 성장 견인력 동반 약화 우려’라는 경제주평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믿었던 수출 너 마저...”…L자형 장기 불황 시나리오까지

보고서는 그동안 한국 경제를 지탱했던 수출의 성장 견인력이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경기 활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11월 수출은 2023년 10월 이후 증가세로 전환된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그동안 수출 경기를 견인했던 반도체 수출도 경기 하강의 우려가 존재한다. 특히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11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4.6% 감소할 정도로 반도체가 전체 수출 경기를 견인 중이나, 11월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전년동월대비 30.8%)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우리 주력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이 모두 감소세로 전환되면서 향후 수출 경기가 하강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연구원은 향후 한국 경제에 대해 △‘트럼프 노믹스 2.0’발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Uncertainty) △글로벌 시장 수요 부진(Slump)에 따른 수출 경기 하강 가능성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확실한 모멘텀(Momentum)의 부재 등의 리스크 요인에 따라 그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예측했다.

우선 미국의 정치 지형 변화에 따른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 급증으로, 경제 주체들이 체감하는 미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경제 활동(소비, 투자, 생산 등)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해외 시장의 저성장 가능성과 우리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사이클의 하강 가능성으로 수출 경기의 둔화가 우려된다.

소비 반등의 모맨텀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처분가능소득×100)은 올 3분기 69.4%로 전년동분기인 2023년 3분기의 70.7%보다 1.3%포인트가 하락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이유는 여전히 높은 금리와 물가 수준으로 실질 구매력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만약 수출 경기의 회복세가 약화되기 전에 내수 회복을 견인할 수 있는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에서 경기 진작의 계기가 만들어질 경우,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완만하게 개선되는 ′U′자형의 회복 시나리오가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리스크 요인들이 현실화되면서 수출 경기가 경착륙하고, 내수를 부양할 모멘텀마저 없을 경우 장기간 불황 국면이 지속되는 ′L′자형 장기 불황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봤다.

◇“내수 경기 활성화 계기 마련 시급…취약계층 지원도 필요”

이에 따라 내수 부문의 자체적인 경기 반등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내수 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주 실장은 “글로벌 교역 환경의 악화와 더불어 미국의 통화 및 재정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그 직접적 영향을 받는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급증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유일한 성장 동력인 수출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고,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이에 따르는 소비 구매력 확충을 도모하기 위해 경제 내 전반적인 투자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경제가 정체됐을 때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이 커지는 취약 계층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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