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서류 두고 노조-정부 충돌하나…42개 노조 현장조사 돌입(종합)

최정훈 기자I 2023.04.20 14:00:24

고용부, 42개 노조 회계서류 비치 현장 조사 돌입
이정식 고용장관 “물리적 충돌 없을 것으로 기대”
조사 거부 시 강제할 방안 없어 실효성 논란 ‘여전’
불공정 채용 고용세습 등 방지할 공정채용법도 추진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요구한 회계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노동조합 42개에 대해 노동당국이 내일부터 현장 조사에 착수한다. 다만 노조는 조사를 거부할 방침이고, 강제할 수도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사의 수위를 높이면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정부는 또 기업의 불공정 채용이나 고용 세습 등을 예방할 수 있는 공정채용법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및 불공정 채용 근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42개 노조 회계서류 비치 현장 조사 돌입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14조에 따른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민주노총과 소속 36개 노조, 한국노총과 소속 3개 노조 등 총 42개 노동조합에 대해 오는 21일부터 2주간 현장 행정조사를 실시한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고용부는 2월부터 노조가 자율적으로 회계 투명성을 높이도록 조합원 1000인 이상 노조 334곳에 대해 자율점검기간을 운영하고, 점검 결과 및 그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42개 노조가 이에 응하지 않아 고용부는 현장 행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현장 행정조사에서는 노조가 비치·보존하도록 정하고 있는 서류들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최소한의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서는 100만원 수준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또 노조가 현장 행정조사를 거부·방해하거나 기피할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폭행·협박 등으로 방해할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번 현장조사에서 노조와 노동당국 간의 물리적 충돌은 우려되는 점이다. 당장 오는 21일 오전 10시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 본부를 비롯해 8곳을 시작으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양대노총은 조사를 거부할 방침이다. 특히 회계 서류 제출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양대노총은 이정식 고용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고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현장조사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고, 동의와 협조 하에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확인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물리적 충돌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양대노총 고발에 대해선 “법적인 절차에 따라서 사법당국에서 절차에 따라서 처리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번 조사는 실효성도 논란이다. 영장을 발부받아 진행하는 압수수색의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노조 측이 현장 조사를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태료의 수준도 높지 않은데다, 노조 측은 과태료 처분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정부가 노조 내부에 서류 비치 여부를 확인할 방안이 없는 셈이다.

이 장관은 “자율점검, 시정기간 내 대부분이 협조했고 법을 준수했는데, 마지막 남은 기간 행정조사하고 법적인 절차를 마무리 지으면 그다음부터는 법을 지키면서 조합원의 알권리를 충분히 보장하고 노조 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관행이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며 “실효성이나 더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은 말씀드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정채용법도 추진…“과태료를 형사처벌로 수위 높여”

한편 고용부는 내달 초 불공정 채용 근절을 위한 집중점검도 실시할 계획이다. 채용강요가 만연했던 건설현장을 비롯해, 청년 다수고용 사업장 등 올해 총 1200개 사업장을 점검하고, 채용과 관련한 위법 행위에 대응할 방침이다.

아울러 공정채용법 입법도 추진한다. 법 개정이 이루어지면 기업의 채용 비리, 노조의 고용세습, 채용 강요 등 불공정 채용을 보다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고용부는 전했다. 법안은 청년·노사단체 등 대국민 소통 절차를 거쳐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해 이른 시일 내에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채용 절차와 내용상에 강요하거나 금품을 수수하거나, 서류를 조작하거나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불법·부당·불공정한 채용이라고 볼 수 있다”며 “과태료를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등 제재 수위를 높여서 법적 실효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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