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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금리 5% 굳어지나…월가 “초저금리 끝, 정상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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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I 2026.08.19 07: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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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요인 조만간 사라지기 어려워”
美 이자비용 GDP 3.3%…부담 더 커질 듯
“실적시즌 지나면 증시도 금리에 더 민감해질 것”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세계 장기 국채금리의 동반 상승세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월가에서는 최근 금리 급등이 단기간에 되돌려지기보다 높은 수준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이전의 금리 환경으로 돌아가는 ‘정상화’ 과정일 수 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주요국 30년물 국채 금리 추이 (단위: %, 자료: 블룸버그)
주요국 30년물 국채 금리 추이 (단위: %, 자료: 블룸버그)
18일(현지시간)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장중 5.33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과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장기 국채금리가 수년에서 수십년 만의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들이 조만간 사라지기 어렵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경제가 과거라면 성장을 크게 둔화시켰을 수준의 높은 금리를 예상보다 잘 견디고 있다는 점이다.

로버트 팁 PGIM크레딧 글로벌채권 책임자는 현재 상황을 “기본적으로 정상화(normalization)”라고 평가했다. 2008~2009년 금융위기가 초저금리 시대를 열었다면 현재 시장은 그 이전의 금리 환경으로 돌아가는 과정일 수 있다는 의미다.

맥스 킷슨 바클레이스 유럽 금리전략가도 장기금리를 떠받치는 구조적 요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이들이 조만간 사라질 이유가 없다”고 진단했다. 블랙록투자연구소 역시 정부와 인공지능(AI) 하이퍼스케일러, 일반 기업이 한정된 자금을 놓고 경쟁하면서 자본비용이 구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선진국 장기 국채에 대한 ‘비중 축소’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가계와 기업이 체감하는 장기 조달금리가 과거처럼 함께 크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장기금리는 정책금리뿐 아니라 재정 전망과 채권 수급,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투자자가 요구하는 기간 프리미엄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고금리가 키우는 이자비용…美재정에 부메랑

높은 금리가 오래 지속될수록 정부의 부담도 커진다. 미국의 연방정부 이자비용은 지난 50년간 국내총생산(GDP)의 평균 2.1% 수준이었지만 미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3.3%, 2036년에는 4.6%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연방정부 세입의 약 20%가 이자비용으로 들어간다.

문제는 CBO 전망이 올해 10년물 국채금리를 4.1%로 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금리는 현재 4.7% 안팎이다. 현재 수준의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연방정부의 실제 이자 부담은 기존 전망보다 더 커질 수 있다.

마이클 스트레인 미국기업연구소(AEI) 경제정책연구 책임자는 “문제는 금리 상승 자체라기보다 재정적자”라며 “하나만 걱정해야 한다면 향후 10년간의 재정적자 전망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금리를 낮추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에도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 2기 초 재정적자 축소 등을 통해 10년물 금리를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장기금리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잭 그리피스 크레디트사이츠 투자등급·거시전략 책임자는 “지금까지 재무장관의 조치가 기대했던 만큼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보는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고금리 충격, 채권에서 증시로 번지나

높은 장기금리가 지속될 경우 다음 시험대는 증시다. 그동안 뉴욕증시는 장기금리 상승에도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과 AI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사상 최고치 부근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가 5% 넘게 급락하는 등 고평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금리 부담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키스 러너 트루이스트어드바이저리서비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까지는 실적 호황 덕분에 시장이 금리 상승을 무시할 수 있었다”면서도 “실적 시즌을 지나면서 금리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장기금리 상승이 기대인플레이션보다 실질금리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아쇼크 바티아 뉴버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실질금리가 3~4%까지 오르면 경제에 본격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면서 현재 수준도 “성장률이 위협받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경고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장기금리가 계속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가 상승할수록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어느 순간 높은 수익률을 노린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들어올 수 있다. 크리스토퍼 뎀빅 픽테 선임 투자자문역은 장기채에 투자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채권 매도세가 오래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강력한 반전 변수는 경기 둔화다. 경제지표가 급격히 악화하면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동시에 안전자산인 국채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장기금리가 빠르게 떨어질 수 있다.

향후 채권시장의 관건은 높은 금리가 스스로 채권 수요를 불러들일 수준에 먼저 도달하느냐, 아니면 그 전에 경제와 증시가 충격을 받느냐다. 장기금리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별개로 높은 자본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새로운 환경에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폴 앳킨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개장 벨을 울린 뒤 트레이더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폴 앳킨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개장 벨을 울린 뒤 트레이더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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