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맥 보려면 클럽하우스 보세요"

윤정훈 기자I 2021.03.08 11:00:20

최태원 SK 회장, 김희영 T&C재단 이사장 초대로 클하 입성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팔로워 1만3500명…최시원·정재승 등 팔로잉
'현대重' 정기선 부사장, 재계 3·4세 팔로잉 친분 과시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그랩·에어아시아 등 글로벌 CEO와 '맞팔'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재계 인맥이 궁금해? ‘클하’(클럽하우스) 보면 안다.’

클럽하우스가 재계 새로운 네트워크의 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클럽하우스는 목소리 기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설립자 등 세계 유명 인사들이 가입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클럽하우스는 기존 회원의 초대를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는데, 가입을 하면 사용자가 팔로잉한 사람과 사용자를 팔로한 사람이 모두 공개된다. 재계 유명인사도 마찬가지로, 이를 통한 인맥을 살펴봤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8일 현재 클럽하우스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거물급 재계인사부터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등 스타트업 CEO 등이 가입한 상태다.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장선익 동국제강 상무 등 재계 3·4세의 이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김희영 티앤씨(T&C)재단 이사장의 초대로 지난달 15일 클럽하우스에 가입했다. 그는 김 이사장과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경선 루트임팩트 대표(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장남), 로한 세스 클럽하우스 공동설립자,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 정용진 부회장, 이재웅 소풍벤처스 대표 등 10명을 팔로하고 있다.

팔로(팔로잉)는 일종의 관심 표시다. 팔로한 사람이 새로운 방을 만들거나 활동을 하면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SK그룹 유튜브나 SNS 등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대중과의 소통을 중시해온 최 회장이 클럽하우스로 소통 창구를 넓혀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재계 얼리어답터(제품이 출시될 때 남들보다 먼저 구입해 사용하는 성향을 가진 소비자)이자 트렌드세터(의식주와 관련한 각종 유행을 창조하고 대중화하는 사람)답게 일찌감치 클럽하우스에 입문했다.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안 됐지만, 그의 팔로어 수는 1만 3500명에 달한다. 클럽하우스 한국 사용자는 지난달 말 30만명을 넘어섰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 사용자 30명 중 1명이 정 부회장을 팔로한 셈이다.

실제 지난달 27일 야심한 밤 정 부회장이 개설한 클럽하우스 채팅방은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이 방을 찾아 야구단 인수와 관련한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고, 정 부회장은 격의 없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정 부회장은 김봉진 의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홍정욱 전 의원, 골프선수 최재희, 김호윤 모퉁이우 RIPE 셰프, 허민 키움히어로즈 이사회 의장, 서보원 KT 고객가치혁신센터(CVIC) 상무 등 다양한 인사를 팔로 중이다. 그의 아내 한지희 씨도 팔로 목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지희 씨는 김희영 이사장과 ‘맞팔’(SNS에서 서로 팔로 하는 것) 관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클럽하우스 계정 갈무리.
재계 3세 중에서 클럽하우스 방문이 잦은 인사로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꼽힌다. 정 부사장의 팔로 목록에선 다수의 재계 3·4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김승연 한화 회장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대표(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장남), 장선익 동국제강 상무(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장남), 최성환 SK네트웍스 상무(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장남), 박세창 금호산업 사장(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장남) 등이다. 김동관 사장, 장선익 상무 등은 작년 정 부사장의 결혼식에 참석해 우정을 과시했던 현실 친구 사이다. 마당발이었던 아버지 정몽준 현대중공업 전 회장을 연상케 한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도 클럽하우스를 잘 사용하는 재계 3세 중 한 명이다. 김 전무는 이날 기준 팔로어가 984명, 팔로잉이 143명이다. 그는 친구부터 비즈니스 파트너, 회사 동료까지 실제 자신의 인맥을 주로 팔로하고 있다.

김 전무를 클럽하우스에 초대한 사람은 싱가포르 벤처캐피털(VC) 골든게이트벤처스의 마이클 린츠 파트너다. 골든게이트벤처스는 한화자산운용의 파트너사다. 이외에 김 전무는 앤서니 탐 그랩 창업자,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그룹 회장과 맞팔하고 있다. 싱가포르 차량공유 1위 기업인 그랩은 한화자산운용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은 바 있다.

김 전무는 정용진 부회장, 정경선 대표, 최성환 상무, 이승건 대표 등을 팔로 했다. 친형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의 이름도 팔로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용현 한화자산운용 대표,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상무 등도 팔로했다.

소통을 중시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2030이 줄지어 가입하면서 클럽하우스 국내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정재계 ‘인싸’(인사이더·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와 유명 연예인이 앞 다퉈 가입한 덕분이다. 대중과 소통하기 힘들었던 재계 인사들은 클럽하우스를 새로운 ‘소셜 리스닝’(특정 주제에 대해 소셜 미디어 사이트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야구단 관련 질의응답을 받았던 정용진 부회장, 현대카드의 마케팅 전략을 설명한 정태영 부회장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대중과의 소통이 갈급한 스타트업 CEO들의 활발한 참여가 ‘클럽하우스 붐’을 만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소통이 어려웠던 재계 인사들이 클럽하우스에서 자연스럽게 뭉치고 있다”며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재계 유명 인사와 직접 대화도 하고, 프로필만 알면 팔로잉 목록 등으로 재계 유명 인사의 인맥도 파악할 수 있어 대중이 흥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원 한화생명 전무,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의 클럽하우스 계정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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