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서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국내 이커머스 사상 최대 보안 사고가 터진 지 석 달이 지났다. ‘탈팡’(쿠팡 탈퇴) 여론이 들끓고,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국회 청문회 불출석 논란까지 일었지만 이용자들은 결국 떠나지 않았다. 앱 데이터는 물론 멤버십 연계 카드 수치까지 모든 지표가 견고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예고된 결과”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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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멤버십 카드 데이터는 이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KB국민카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쿠팡 대표 제휴카드인 ‘쿠팡 와우카드’ 해지 건수는 지난해 12월 4만 4565건으로 전달 대비 약 4.8배 급증했다. 신규발급은 2만 3210건으로 전달보다 46% 감소했다. 이후 해지는 올 들어 빠르게 줄었고, 특히 2월에는 신규발급(2만 4770건)이 해지(1만 7368건)를 웃돌며 순증 구조로 돌아섰다.
경쟁사의 반사이익 역시 뚜렷하지 않다. 쿠팡 타격이 가장 컸던 지난해 12월 G마켓·11번가의 DAU 평균치는 전달 대비 각각 5.8%, 16.5% 줄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네이버플러스스토어도 같은 기간 8만여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탈팡 수요가 경쟁 플랫폼으로 옮겨간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올해 3월(6일까지) 기준 G마켓·11번가·네이버플러스 스토어의 DAU 평균은 각각 155만명·178만명·163만명으로 쿠팡(1651만명)의 10분의 1 수준이다. 유출 사태에도 쿠팡의 독주는 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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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멤버십 전략도 이탈을 막는 핵심 장치다. 쿠팡은 월 7890원짜리 유료 멤버십 ‘와우’에 무료 새벽배송은 물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무료배달 쿠팡이츠를 한데 묶어 제공 중이다.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중 처음 시도한 방식이다. 쇼핑·배달·영상 시청을 쿠팡 앱 하나로 해결하도록 설계한 생태계는 이용자의 일상을 쿠팡 안에 단단히 묶어두는 구조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쿠팡만큼 새벽배송이 가능한 곳이 사실상 없다”며 “주부나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일상적으로 써야 하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이어 “쿠팡 락인의 핵심은 전국에 깔린 물류센터와 촘촘하게 묶인 멤버십 생태계 두 가지”라며 “한 번 편의를 경험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고, 결국 대체재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짚었다.
구체적인 2차 피해가 없었다는 점도 유출 충격을 단기에 그치게 한 요인이다. 초기엔 공동현관 비밀번호까지 유출됐다는 소식에 불안감이 컸지만, 지난달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은 유출 정보가 악용된 2차 피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쿠팡 측은 약 3370만명의 정보에 접근이 이뤄졌지만 실제 해킹범이 저장한 건수는 3000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공격자가 웹 페이지를 무단으로 조회한 것 역시 유출로 판단해 양측 간 공방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반일 불매운동이나 광우병 사태처럼 외부 이슈를 계기로 개인 소비를 바꾸는 흐름은 예전보다 약해졌다”며 “개인정보 유출 역시 쿠팡만의 문제가 아니고, 아직 2차 피해가 확인되지 않다 보니 소비자들이 과도한 우려였다고 받아들이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정의 일상은 거의 전쟁과도 같다”며 “어린 자녀가 있거나 맞벌이 가정처럼 생활 패턴이 이미 굳어진 집일수록 불편을 감수하며 소비 습관을 바꾸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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