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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가디언, CBS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최대 도시인 상파울루 도심에선 4만 2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운집해 “보우소나루 사면 반대”, “보우소나루를 감옥으로”, “민주주의 수호”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가졌다. 이후 시위는 리우데자네이루, 살바도르 등 10여개 주요 도시로 확산된 뒤 전국 26개주로 번졌다. 독일 베를린, 포르투갈 리스본, 영국 런던 등 해외에서도 일부 시위대가 의회 밖에 모여 보우소나루의 투옥을 촉구했다.
이번 시위는 브라질 의회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사면을 추진하면서 촉발됐으며, 예술가들과 좌파 단체들이 주도했다. 상파울루에선 시위대가 도시 미술관 밖에 모여 머리 위로 대형 브라질 국기를 게양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선 83세 싱어송라이터 카에타누 벨로주가 연사로 나서 “브라질 국민이 룰라 대통령을 선출했고, 그래서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지속되는 것”이라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형 집행’을 강력 촉구했다.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으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기도 했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현 대통령에게 패배한 뒤 그의 측근들과 쿠데타를 모의하고 권력 찬탈을 시도했다는 등의 혐의로 지난 11일 대법원으로부터 27년 3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그의 지지자들이 2023년 1월 8일 정부 건물을 습격했을 때 배후로 지목되며 쿠데타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룰라 대통령은 물론 부통령과 대법관 암살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대법원 판결을 둘러싼 여론은 양분된 상태다. 지난 16일 공개된 다타폴랴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2005명 가운데 50%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수감을 지지했으나, 43%는 반대했다.
이에 힘입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소속된 자유당은 같은날 하원에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의 감형 및 사면을 추진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다음날인 17일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부쳐졌고 찬성 311표, 반대 163표로 가결됐다. 별도 위원회 검토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 표결에 부치도록 한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파울루(70)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정당했으며, 민주주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라며 사면 논의를 비판했다. 군부정권으로 회귀할 것을 우려해 참여했다고 밝힌 그는 “어떤 정치적 극단도 원치 않는다. 분열이 아닌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보장된 사회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외신들은 브라질이 1964년부터 1985년까지 잔혹한 군사 독재 시절을 겪었으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 시절을 찬양해 온 전직 군인 출신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사면 시도가 이미 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바 있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명 싱어송라이터 시쿠 부아르키는 “1979년 사면과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당시 사면으로 (정권이 저지른 범죄와 관련해)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하는 쿠데타 세력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재판에 대해 ‘마녀 사냥’이라며 브라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룰라 대통령과 상당수 브라질 국민들이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자유당이 다수당이어서 사면 추진 법안이 의회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었다.
일각에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쿠데타 공모자 7명에게 사면을 허용하면 미국과의 정치적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자유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하원의 결정은 부당하게 박해받던 수많은 애국자의 자유를 위한 중요한 승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학 교사인 아레샨드리(42)는 “정치인이나 군인 등의 특권이 허용되는 사회여선 안된다. 보우소나루 재판에 개입한 미국은 제국주의 그 자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지역 가수 페르난다 타카이도 “정치인들이 악행 책임을 회피해 감옥에 가지 않도록 돕는 뻔뻔스러운 책략”이라며 “우리(국민들)가 얼마나 분노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이번 집회는 수년만에 브라질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 민주화 시위”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제재 압박으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재판에 개입하려 했지만 실패한 데 대한 애국적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