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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루블화, 달러당 100루블 근접…16개월래 최저

방성훈 기자I 2023.08.14 14:57:50

달러당 99루블 근접…조만간 100루블 넘어설듯
군비지출 급증·수출입 감소 및 자본유출 등 영향
국제유가 상승 변수…"수입 늘면 루블화 약세 완화"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미국 달러화 대비 100루블에 근접하며 16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군비 지출 급증, 서방의 제재에 따른 수출·입 감소 및 자본 유출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사진=AFP)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 루블화는 지난 11일 달러당 99루블을 소폭 밑도는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달러당 98루블에 근접했던 작년 3월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미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때 130루블선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 가치 하락 방어를 위해 금 1그램(g)당 5000루블로 고정하는 금 본위제를 부활시키면서, 지난해 여름 달러당 50~60루블선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루블화 가치가 25% 하락하는 등 다시 급락하기 시작했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가 수출로 벌어들이는 돈이 급감, 즉 러시아에 대한 자본 유입이 제한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요 수익원이었던 에너지 수출이 유럽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 주요7개국(G7)의 유가상한제 도입 등으로 올해 1~7월 전년 동기대비 40% 이상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 등으로 국방예산 지출이 크게 늘어 재정적자가 확대, 루블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러시아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는 연간 계획의 117%에 달한다. 아울러 러시아의 수입 물량 감소, 지난해 러시아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20%→7.5%) 등도 루블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전직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인 블라디미르 빌로프는 “나라에 들어오는 통화가 거의 없어 통화 기근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입은 이제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됐는데, 서방이 아닌 중국, 튀르키예, 중앙아시아 및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모든 소비재와 공산품을 수입하고 있다. 여전히 (달러화 또는 위안화 등) 일부 통화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아무도 루블화는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얼마 남지 않은 루블화 이외 통화로 수입액을 결제하다보니, 즉 자본 유출로 루블화 약세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알렉세이 자보트킨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도 11일 루블화 폭락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서방의 제재로 수입 물량이 크게 줄어 루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는 또다시 물가를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만 “자본 유출로 루블화가 추락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아직 없다”고 반박했다.

시장에선 달러당 100루블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기 시작해 에너지 수출액이 늘어나면 재정적자를 줄여 루블화 약세가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7월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수출액은 유가상한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반등세를 보이며 8000억루블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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