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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우선 해당 소송에서 당사자인 윤 대통령을 대신해 외교부가 원고로 나서 소송을 청구한 ‘당사자 적격성’, 논란이 된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욕설’ 등 내용에 대한 진실성을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당사자 적격성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 소송 당사자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MBC 측 변호인은 “(외교부가) 정정보도를 청구하면서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면 실제 발언이 무엇인지 언급하고 설명해줘야 한다”면서 “하지만 소장에서는 ‘발언 취지’만 있고, 실제 발언이 보도 내용과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이 없다. 대통령이 뭐라고 발언했는지 정확히 설명해 달라”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신속한 재판 종결을 위해 ‘적절한 형태의 반론보도’와 ‘음성감정을 통한 발언 내용 확인’을 두 가지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러자 외교부 측은 “재판부의 취지 맞게 다음에 답변하겠다”고 했고, MBC 측은 “외교부의 반응을 보고 말씀드리겠지만, 이에 대한 반론보도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MBC 측 변호인 정민영 변호사는 이날 공판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외교부가 (윤 대통령을 대신해) 정정보도만 요구하고 있는데, 당시 보도에 외교부는 어떤 식으로든 언급된 적 없어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할 위치가 아니다”며 “(논란 이후 대통령실에서) ‘사적 발언을 외교적 성과로 연결 짓는 건 부적절하다’고 한 건 사실 발언 자체는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에 따르면 외교부는 MBC에 ‘윤 대통령이 미국 국회를 상대로 비속어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졌다’는 내용을 담은 정정보도를 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21일(현지시각) 미국 순방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한 뒤 행사장을 나서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 쪽팔려서 어떡하나”고 한 발언이 방송 기자단 풀(pool) 화면에 잡혔다.
이를 두고 MBC는 ‘○○○’ 대목을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칭하는 ‘바이든’이라고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날리면’이었다고 반박했다.
이후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청구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MBC는 허위 보도가 아니라며 정정보도 요구에 응하지 않아 조정이 결렬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9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9월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등을 비롯한 9개 언론사의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관련 보도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결과 위원 5명 중 중 3명이 ‘의결 보류’, 한 명이 ‘문제 없음’, 한 명이 ‘각하’ 의견을 내면서 의결이 보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