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9억명 인구 대이동..130조원 쓴다
공식적인 춘제 연휴는 2월 7일부터 13일까지 일 주일이다. 그러나 춘제 특별운송 기간인 춘윈(春運)은 연휴 전후 기간을 포함해 1월 24일부터 3월3일까지 총 40일이다. 중국 교통 당국은 이번 춘윈 기간 동안 이동 인구가 전년 대비 3.6% 늘어난 29억1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한 사람이 여러 지역을 이동하는 횟수를 더한 수치로 중국 전체 인구 13억5000만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달 초부터 베이징(北京) 기차역을 비롯한 중국 주요 도시의 교통 거점은 고향길에 오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칭다오(靑島)로 가는 기차를 타러 베이징역에 온 궈모씨(32)는 “한달 전 인터넷 예매를 통해 표를 비교적 쉽게 구했다”며 “가는 곳마다 인파가 넘쳐 고향 가는 길이 고생스럽지만 가족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기쁘다”고 말했다.
교통당국은 급증하는 이동 수요를 대비해 교통편을 추가 배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교통운수부 관계자는 “3142대의 열차를 추가 배치하고 고속버스도 84만6000대를 특별 투입했다”며 “선박도 2만여대를 추가하고 항공기 운행 횟수도 크게 늘렸다”고 밝혔다.
일 년 내내 아끼더라도 춘제 때는 제대로 쓰자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춘제 연휴는 중국인 지갑이 활짝 열리는 시기다. 중국 상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춘제 기간 중국 소매업 및 요식업 매출액은 6780억위안(약 12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소비 규모가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중국 당국은 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각종 마케팅을 통해 대목을 잡을 태세다. 올해는 특히 모바일을 이용한 마케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오프라인 행사보다 비용이 적게 들다 보니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모바일에서 각종 특별행사를 쏟아내는 모습이다.
◇ 해외여행族도 급증..각국, 큰 손님 모시기 ‘분주’
|
이번 춘제 연휴에 해외여행을 즐기려는 중국인은 전년 대비 20% 가량 급증한 600만명으로 추정된다. 과거에는 춘제가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고향에 모이는 명절로 여겨졌지만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면서 어느덧 여행업계의 최대 성수기로도 자리잡은 것이다.
이들은 주로 태국, 홍콩과 마카오, 일본, 한국을 많이 찾는다. 중국 국가여유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들의 해외 방문은 1억2000만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500만 여명이 춘제 연휴기간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이 중 한국을 찾는 중국인은 지난해 13만여명에 달했고 올해는 15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기간 중국인들이 세계 각국에서 지출하는 비용은 수조원대에 달해 각국 관광업계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다. 비자정책을 완화하고 항공노선을 추가 개설하는 등 국가 차원의 정책을 펼치는 곳도 많다.
지난해 793만여명의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며 598만명에 그친 한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태국은 이번 춘제를 대비해 국제공항의 개보수를 마치는 등 유커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태국은 올해 춘제 기간에 유커의 소비 규모가 500억바트(약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 춘제 기간 동안 유커들이 약 3000억원을 소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세뱃돈은 스마트폰으로’..新 풍속도
인터넷 산업이 급성장하고 모바일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춘제를 보내는 중국인들의 풍속도 바뀌고 있다.
베이징 차오양구에서 16년째 잡화점을 운영하는 왕모씨(48)는 “중국은 붉은색 봉투에 넣어 훙바오(紅包·세뱃돈)를 주는 문화가 있어 매년 춘제 기간에 봉투 판매량이 급증하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
과거 양손 가득히 선물 보따리를 들고 가던 풍경도 줄어드는 추세다. 인터넷으로 주문해 선물을 고향집으로 직접 보내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땅이 넓다보니 귀향길이 먼 경우가 많아 이같은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덕분에 택배 업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또 춘제 기간 고향 가기를 꺼리는 귀향 기피족이 늘어나 고향 가기를 두려워한다는 뜻의 ‘쿵구이족’(恐歸族)도 확산되고 있다. 구직난이 심화되고 만혼 문화가 확산되면서 명절 스트레스를 느끼는 청년층이 증가해 나타난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