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가스공사가 정부·여당(당정)의 요구대로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발표한 만큼 당정이 40여일째 보류했던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업계는 당장 오는 15일 이를 확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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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과 가스공사는 이날 총 40조원 플라스 알파(+α)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을 담은 추가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12일 나주 본사에서 전력그룹사를 포함해 5년(2022~2026년)에 걸쳐 25조원+α 규모의 경비를 절감한다는 내용의 추가 자구안을 발표했다. 올초 20조1000억원에서 5조원 가량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 자구계획이다.
한전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 여파로 2021년 5조8000억원의 역대 최대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약 5조원의 적자가 추가된 것으로 추산된다. 한전은 정부의 승인 아래 지난 한해 전기요금을 약 30% 가량 올렸으나 석탄·가스 등 주요 발전연료가 평년의 몇 배씩 급등한 탓에 역대급 적자를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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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급여·성과급도 반납한다. 2만여 직원중 4분의 1에 이르는 3급(차장급) 이상 직원은 직급에 따라 올해 임금인상분과 경영평가 성과급을 전액 혹은 절반 반납한다. 노조에 속한 4직급 이하 전 직원의 급여 반납도 노사 협의를 통해 추진키로 했다.
특히 정승일 한전 사장은 이날 추가 자구계획 발표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여당이 지난달 말부터 강력하게 요구해 온 부분이다. 전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인 만큼 현 한전 적자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요구였다. 정 사장도 법적 임기는 아직 1년 남았으나 현 난맥상을 풀어내기 위해 결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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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은 천연가스 국제 시세 탓에 올 1분기까지 전국 도시가스 공급기업으로부터 받지 못한 누적 미수금이 3월 말 기준 11조6000억원까지 쌓였다.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12년의 미수금 5조원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국내 도시가스 공급요금도 지난해 40% 가량 올렸으나 국제 천연가스 시세 급등 부담을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최연혜 사장은 “가스요금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에게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며 “앞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이행해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2분기 전기·가스료 15일 인상할듯…40여일만
한전과 가스공사가 당정의 요구대로 추가 자구안을 내놓은 만큼 40여일 간 미뤄졌던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도 곧 이뤄질 전망이다. 2분기 전기·가스요금은 원래 3월 말 확정해 4월부터 적용해야 했으나 여당이 당정 협의회를 열어 결정을 보류한 바 있다.
여당은 이후 요금 인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한전·가스공사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한전 사장의 사퇴를 포함한 추가 자구안을 요구해 왔다.
당정 관계자와 업계에 따르면 당정은 이미 1킬로와트시(㎾h)당 약 7원의 인상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1분기 한전의 전기 평균 판매단가가 146.5원/㎾h이란 걸 고려하면 인상률 약 4.8%다. 또 4인 가구 월평균 전기 사용량이 307㎾h란 걸 고려하면 월 요금이 4만5000원에서 4만7100원으로 2100원 늘어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제철 등 전기 다소비 기업의 부담도 기존 연 1조원에서 500억원 전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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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분기 전기·가스요금을 둘러싼 당정 논의 과정에서 주무부처 주관인 박일준 산업부 제2차관이 교체된 데 이어 정승일 한전 사장도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부조직 및 공공기관장 등의 연쇄 이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산업부 2차관에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을 임명한 바 있다. ‘과감한 인사조치’를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국무회의 발언을 토대로 에너지 정책의 난맥상을 고려한 박일준 전 차관에 대한 경질성 인사가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정가에선 최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 조직개편 얘기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