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27조6655억원 집계 됐다. 이는 전월(6월) 말 대비 약 0.9%(5조4259억원) 감소한 규모다.
올 들어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3월 652조3277억원을 기록한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를 타고 있다. 전달 대비로 4월 -2조7079억원 감소한 뒤 5월 -5조8499억원, 6월 -10조6785억원, 7월 -5조4259억원 등 4개월 동안에만 25조원 가까이 은행 정기예금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96조1932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약 5.3%(29조8772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월 증가분인 4.5%(24조3628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은행 요구불예금은 지난 1월 말 약 482조1000억원에서 지난 3월 522조5000억원까지 늘었다가 4월 약 1조4000억원 소폭 감소했다. 이후 5월 들어 다시 약 21조원 증가하며 반등세를 탄 뒤 6월 약 24조3628억원, 7월 29조8772억원 등 증가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액(약 56조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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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의 확대와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 등이 커지면서 언제든지 바로 현금화 할 수 있는 대기성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여기에 주식시장과 채권시장마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중의 대기성 부동자금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지면서 잠시 안전한 곳에 ‘실탄’을 비축해두며 관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기준금리 연속 인하로 ‘제로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정기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 금리 차이가 미미해진 점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기준 은행권에서는 최저 연 0.45% 이자만 주는 1년 만기짜리 정기예금 상품도 판매 중이다.
오석태 소시에떼제네랄(S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는 갈수록 낮아지고 시장은 불안정하기 때문에 현금성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며 “금리가 더 내려갈 경우 은행의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 금리 차이는 없어지면서 결국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