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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예방하기 위해선 사업용 계좌의 예금보험 한도를 크게 높여야 한다고 의회에 권고했다. FDIC는 현재 예금주가 개인이나 기업, 혹은 기타 기관인지 관계 없이 모든 은행 예금에 대해 계좌당 25만달러(약 3억 3500만원)까지 보호해주고 있다.
FDIC는 여러 은행이나 여러 계좌에 예치금을 나눠 보호받을 수 있는 부유한 개인들과 달리, 기업들은 급여 및 기타 사업 운영 자금으로 많은 현금을 은행에 예치해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지난 3월 SVB 파산 당시 은행 예금의 90%가 25만달러를 초과하는 무보험 예금이었다. 고객 대부분이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이었기 때문에 회사 운영 자금을 통째로 예치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사업 운영용 계좌에 대해선 예금보험 한도를 크게 늘려 은행의 운영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FDIC는 촉구했다. 이른바 ‘타깃형 보장’(targeted coverag) 방식이다. 마틴 그륀버그 FDIC 회장은 “사업용 결제 계좌는 다른 계좌보다 재무 안정성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러한 계좌에 접근할 수 없게 되면 단계적 뱅크런이 발생하는 등 더 광범위한 경제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은행들의 파산이 미 은행 시스템에서 예금보험의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예금보험 한도 상향 논의는 SVB 파산 이후 처음 시작됐다. 당시 미 금융당국은 SVB 은행과 시그니처은행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모든 계좌에 대한 예금을 전액 보호해주기로 했다. 이후 미 의회에서는 재무부가 의회의 동의 없이 예금보호 한도 해제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세금 낭비, 구제금융, 도덕적 해이 야기 등의 비판까지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5만달러 한도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만달러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증액한 것이지만, 무보험 예금이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FDIC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무보험 예금 비중은 47%로 194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보호 한도를 늘리면 은행들이 뱅크런에 대한 걱정 없이 예금으로 더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하기로 했음에도 시장 불안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도 논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나스닥에 상장된 팩웨스트뱅코프의 주가는 이날 10.64% 폭락해 역대 최저가로 떨어졌다. 이 은행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위기설이 불거질 때 함께 이름이 오르내렸던 곳이다. 또 다른 중소 은행인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주가도 이날 1.83% 하락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도 3.49% 급락했다.
문제는 상향시 한도를 어느 정도 금액으로 정할 것인지다. 보호 한도를 높이면 보험료도 인상될 수밖에 없어서다.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SVB 파산 사태 당시 1000만달러까지 언급한 바 있다. FDIC 역시 이날 보고서에서 예금보험 한도를 아예 없애는 방안도 제시했지만, 최소 비용으로 금융안정성을 추구하려면 타깃형 보장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 상향 한도는 제시하지 않았다.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 패트릭 맥헨리 공화당 의원은 예금보험 한도 상향엔 공감하면서도 “민간부문에서 해결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보다 공공부문을 통한 해결책이 유일한 방안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FDIC의 제안은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