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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책임자 있어도 CEO 처벌 못 피해…중대재해법 시행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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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훈 기자I 2021.11.17 12:00:00

고용부,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산업재해 관련 해설서 배포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 범위 구체화…“조직·인력·예산 권한 있어야”
안전 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도 명시…“기업 상황 맞춰 적용해야”
직업성 질병, 인과관계 명확해야…“실제 수사·처벌 힘들 듯”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의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수사와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는 조직과 예산, 인력에 최종적인 권한이 있는 사람이라는 정부의 판단이 나왔다. 이에 기업에서 안전 업무 책임자를 선임해도 근로자 사망사고가 나면 CEO가 수사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2일 서울 청담동 공사현장에 안전 펜스가 붕괴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 범위 구체화…“조직·인력·예산 권한 있어야”

고용노동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산업재해 관련 해설서를 배포했다. 내년 1월 27일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은 근로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이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중대 재해는 중대 산업재해와 중대 시민재해로 나뉘는데, 이번 해설서에는 근로자 사고 관련 내용인 중대 산업재해만 다뤘다. 중대 산업재해는 △사망자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유해 요인에 따른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등에 해당하는 산재를 뜻한다.

특히 이번 해설서는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개념을 구체화했다. 앞서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 당시부터 “경영책임자의 개념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중대재해법상 의무 주체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비판해왔다.

해설서는 경영책임자에 대해 ‘상법상 주식회사의 경우 그 대표이사, 중앙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의 경우 해당 기관의 장’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총괄하는 책임과 권한을 가진 사람이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에 관한 최종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만일 기업의 안전 담당 이사의 경우에도 안전에 관한 조직·인력·예산에 관해 대표이사나 경영책임자 수준의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즉, 안전 최고책임자여도 안전 업무의 조직·인력·예산을 최종 결정할 권한이 없다면 경영책임자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고용부는 “안전담당이사라는 명칭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표이사에 준하는 안전과 보건을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며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와 책임의 귀속 주체는 원칙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안전 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도 명시…“기업 상황 맞춰 적용해야”

경영책임자의 범위에 이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의무에 관한 내용도 이번 해설서에 담겼다.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의무의 범위를 두고 시행령 제정 당시부터 노사 간 첨예한 쟁점이 됐었다.

해설서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재해 이력, 현장 종사자의 의견 청취, 동종업계의 사고 발생 사례 및 전문가 진단 등을 통해 중대재해를 유발할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확인된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통제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하고, 현장에서의 확실한 이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정한 조직과 인력, 예산의 투입과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관한 9가지 의무사항의 이행은 유해·위험요인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노동계와 경영계가 요구해온 2인 1조 작업과 신호수 투입 등 인력 부분과 전담 조직의 규모, 적정 예산의 정도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권기섭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와 절차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기업 상황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명백한 위험 요인을 방치하거나, 안전 관계 법령 미준수가 묵인되는 상태가 유지되는 시스템 등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노동자 시민의 요구 외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 제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직업성 질병, 인과관계 명확해야…“실제 수사·처벌 힘들 듯”

이어 해설서는 중대산업재해에 포함된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에 관한 발생원인, 증상, 예방조치 등에 대해서도 참고할 수 있는 자료도 제시했다. 다만 직업성 질병으로 경영책임자가 실제로 수사나 처벌 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용부는 “직업성 질병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산업재해에 해당돼야 해 업무에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해 발생했음이 명확해야 한다”며 “질병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 종사자 개인의 고혈압이나 당뇨, 생활 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질병의 원인이 업무로 인한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설서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계 법령 이행에 관한 관리상의 조치와 관련한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대한 예시도 제시했다. 그 밖에 중대재해법과 시행령을 상세하게 풀어 설명해 현장에서 법률의 해석에 어려움을 최소화하고자 했다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고용부는 해설서 배포와 함께 앞으로 지방고용노동관서 등에서 기업들에 대한 설명회도 개최하여 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권 본부장은 “중대재해가 없으면,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한 처벌도 없다”며 “해설서가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준비와 중대재해를 근원적으로 예방하는 것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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