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내 삶을 위해서였다."
베어벡호 합류를 위해 입국한 '초롱이' 이영표(29·토트넘 핫스퍼)가 기자회견을 갖고 AS로마행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31일 오후 4시25분께 런던발 대한항공 908편으로 입국한 이영표는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AS로마를 포기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고, 그 용기를 모으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한 뒤 "마지막 결정은 전체적인 내 삶을 위해서였다"며 이탈리아 프로축구(세리에A) AS로마로의 이적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계약을 백지화한 이유에 대해 모호하게 설명했다.
지난해 8월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이래 소속팀 토트넘에서 두 시즌째를 맞고 있는 이영표는 지난 29일 이탈리아 명문팀 AS로마로의 이적에 1차적으로 합의했으나 최종 사인을 남겨둔 상황에서 토트넘 잔류로 마음을 바꿨다.
'종교적인 이유로 이탈리아행을 거부했다'는 AS로마 구단측의 발표에 대해서는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루머일 뿐이다"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영표와 함께 기자회견에 합석한 에이전트 지쎈의 김동국 대표는 "AS로마에 이영표의 결심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영표는 자기확신과 소신이 다른 사람보다 강한데 종교적인 신념에서 오는 부분이 크다고 설명했고 이를 설명할 때 종교(religion)라는 표현을 쓰긴 했다"며 "그러나 구단측에서 카톨릭 때문이냐고 물어왔을 때 아니라고 못박았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의 만류 혹은 아이의 교육 환경 때문이었냐"는 질문에도, "AS로마의 조건이나 이탈리아에서의 삶이 부담스러웠냐"는 질문에도 연거푸 고개를 저은 이영표는 "평생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축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그 다음에 가야 할 내 삶이 있다. 그런 전체적인 것들을 생각한 결과였다"며 "눈앞에 보이는 엄청난 것들만을 생각한다면 AS로마를 가야했지만, 내 삶의 전체적인 것들을 생각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구체적인 삶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절한 이영표는 "사실과는 다른 얘기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내 삶의 목표를 밝히고 싶지는 않다. 그 목표에 도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내 목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스스로 덫에 빠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적을 번복했다'는 일부 언론의 표현에 대해 "AS 로마로부터 오퍼를 받으면 모든 선수들이 응할 것이다. AS로마는 매력적인 팀이고 당연히 오퍼에 응했다. 그러나 사인을 한 것은 아니었고 이적 협상의 과정이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번복이었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님도 내가 토트넘에 남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을 때 '내가 남기를 바라셨고 잘했다'고 말씀하셨다"며 "내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하고 팬들도 나의 결정을 믿어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공항에서 곧바로 축구대표팀 숙소인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로 이동한 이영표는 오는 2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7 아시안컵 예선 3차전 이란과의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