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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28조달러 자본시장 열어 美와 AI 패권 경쟁…"가계 저축까지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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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I 2026.08.10 09: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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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테크 2년간 2170억달러 조달
창신메모리 상장 첫날 466% 폭등
회사채 금리 1.9%…美의 5.0%와 대조
"돈만으론 기술 격차 못 메워" 지적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이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주식·채권시장을 합쳐 28조달러(약 3경 9508조원)에 이르는 자본시장을 무기로 꺼내들었다. 보조금과 국가 재정에 기대던 데서 나아가 세계 최대 규모인 자국 가계 저축까지 전략 산업에 끌어들이고 있다. 그만큼 정부가 직접 지원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사진=AFP)
(사진=AFP)
보조금 대신 주식·채권…산업정책이 달라졌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테크 기업들이 2024년 이후 기업공개(IPO)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약 2170억달러(약 306조 1870억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 기업들은 그 6배가 넘는 1조 4000억달러(약 1975조 4000억원)를 끌어모았다. 격차는 여전히 크다.

달라진 것은 돈을 대는 방식이다. 중국은 그동안 전략 산업을 키울 때 보조금과 세제 혜택, 국가 투자에 기댔고 자본시장을 산업정책 수단으로 쓴 적은 거의 없었다. 여기에 증시와 채권시장이라는 통로가 더해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가계 저축인 26조달러(약 3경 6686조원)가 전략 산업으로 향할 길이 열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다. 지난달 상하이 증시에 데뷔한 이 회사 주가는 거래 시작 몇 시간 만에 500% 넘게 치솟아, 수년간 중국 본토 시가총액 1위를 지켜온 공상은행을 단숨에 밀어냈다.

중국 당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에만 적용하는 ‘사전 심사’ 제도를 처음 동원해 상장을 밀어줬다. 정식 신청 전에 걸림돌을 미리 정리해주는 방식이다. 덕분에 수년씩 걸리던 절차가 8개월 만에 끝났고, 조달액은 98억달러(약 13조 8278억원)로 최근 몇 년 새 중국 최대 규모였다.

다만 역설도 드러났다. 첫날 주가가 466% 뛰었다는 것은 공모가가 시장 수요보다 훨씬 낮게 매겨졌다는 뜻이다. 투자자 손실은 막았지만 회사가 손에 쥔 실탄은 그만큼 줄었다.

1.9% 대 5.0%…최저 조달비용이 최대 무기

중국이 미국보다 확실히 앞선 대목은 ‘돈값’이다. 올해 중국 주요 테크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의 평균 표면금리는 1.92%로, 미국 기업(5.01%)보다 3%포인트 넘게 낮다. 2015년 이후 격차가 가장 벌어졌다. 중국의 금리와 물가가 훨씬 낮은 영향이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은 5년 만기 위안화 채권을 1.58% 금리로 발행했다. 비슷한 만기의 달러 채권을 5.25%에 찍은 LG에너지솔루션과 비교된다. 주레이 피델리티인터내셔널 아시아 채권 총괄은 “의미 있는 경쟁 우위”라며 빠른 회수를 노리지 않는 장기 자금이 풍부해 중국 기업들이 AI와 연구개발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행 규모는 아직 미미하다. 올해 중국 테크 기업의 채권 발행액은 378억달러(약 53조 3358억원)로 2016년 이후 같은 기간 기준 최대지만, 미국(5782억달러·약 815조 8402억원)의 7% 수준에 그친다.

자본시장으로 눈을 돌린 배경에는 정부 재정의 한계가 있다. 부채에 기댄 성장이 이어진 뒤 경기는 둔화했고 지방정부는 빚에 짓눌려 있다. 국가 곳간만으로 핵심 산업을 다 떠받치기 어려워지자 자금줄을 하나 더 만든 셈이다. 프레이저 하위 독립 애널리스트는 “국가는 더 이상 예전만큼 경제를 부양하거나 원하는 모든 부문에 자금을 댈 여력이 없다”며 “중국에서 국가가 돈을 대면 그만큼 학교나 병원에 갈 돈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도 정부를 따라 움직였다. 부동산·소비 등 전통 업종에서 빠져나온 돈이 반도체와 첨단 제조로 몰렸다. 반도체 비중이 높은 커촹판50지수는 지난 6월 사상 최고를 찍고 올해 30% 올랐다. 대형주 중심의 CSI300지수(1.4%)와 대조적이다.

(사진=AFP)
(사진=AFP)
“돈만으로는 안 된다”…과열·과잉투자 경고도

우려도 만만치 않다. 게리 탄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창신메모리 주가가 해외 메모리 업체보다 크게 비싸다며 실적보다 정책 기대가 값을 밀어올렸다고 지적했다. 주 총괄도 정책이 미는 업종에 돈이 몰리면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태양광과 전기차 사례를 들었다.

근본적인 물음은 돈으로 기술 격차를 메울 수 있느냐다. 웨이훙쉬 안방컨설팅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자본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며 진짜 관건은 연구 성과를 상품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짚었다.

다만 중국은 같은 성과를 내는 데 미국보다 적은 돈이 들 수 있다. UBS는 중국 모델의 학습 비용이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선두 업체의 10%에도 못 미치고, 주요 중국 모델의 평균 이용료도 경쟁사의 20% 아래라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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