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영국의 정치경제학자 노리나 허츠 런던대(UCL) 세계번영연구소 명예교수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국제 정세의 변화를 이 같이 설명했다. 전쟁의 확산과 동맹국까지 겨냥한 관세 폭탄 등 기존의 국제질서가 무력화한 모습은 단순한 혼란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특히 더 취약하다”며 “생존을 위해선 선택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츠 교수는 오는 6월 16일·17일 양일간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SF) 둘째 날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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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츠 교수는 현재 국제 사회가 하나의 리더십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봤다. 동맹과도 거래하는 미국, 부상하는 중국으로 인해 하나의 패권국이 다른 하나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히려 권력이 분산되며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인도, 걸프 국가들 그리고 핵심 광물이나 해상 항로 혹은 기술 역량을 통제하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중견국들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더 넓어졌다”면서 “그만큼 세계 질서는 더 강경하고 불안정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고도 했다.
국제사회를 이끌던 미국의 변화는 세계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츠 교수는 “미국은 동맹조차 거래적으로 대하며 다른 국가들로 하여금 의존도를 줄이고 위험을 분산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국제질서 분열의 근본 원인을 ‘안전과 신뢰의 붕괴’에서 찾았다. 금융위기, 팬데믹, 전쟁 등 연이은 충격 속에서 정부와 제도, 기업이 개인을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이 약화했다는 것이다. 허츠 교수는 “지난 10여 년간의 위기와 정치적 실패, 기술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적 위기의 이면에는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허츠 교수는 베스트셀러 ‘고립의 시대’(The Lonely Century)에서도 외로움을 단순한 개인적 감정이 아닌 공감과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키고 정치적 양극화를 이끄는 공적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 환경 속에서 공동체는 약화하고 경쟁은 심화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고립되고 타인과 제도에 대한 신뢰를 잃어간다는 것이다. 허츠 교수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외로움은 공감을 약화시키고 정치적으로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구도를 강화한다”며 “그들은 이민자일 수도 있고 엘리트일 수도 있으며 내부의 소외된 집단일 수도 있다. 고립감은 양극화를 심화하는 토양으로 작용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허츠 교수는 한국이 이러한 환경에 특히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높은 무역 의존도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강대국들에 선택을 강요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발(發) 혼란에 한국의 금융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한국과 같은 국가에 의존은 더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제는 지정학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시장과 기술 그리고 해운과 에너지뿐 아니라 금융까지 모두 강대국의 영향력 행사 수단이 된다”고 꼬집었다.
한국 사회 내부의 취약성도 문제로 꼽았다. 극단을 만드는 외로움이 강한 국가라는 것이다.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한국의 초연결 사회가 되레 초고립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초연결은 사회적 기반이 압박받을 때 깊은 외로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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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이 안팎의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복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적으로는 단일 의존을 줄이고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공급망을 넓혀 더 많은 선택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허츠 교수는 “불확실한 시기에 가장 강한 조직은 하나의 미래에 모든 것을 거는 게 아니라 여러 선택지를 만든다”며 “국가도 마찬가지다. 무역 관계의 다변화, 핵심 분야의 국내 역량, 완전한 의존 없이 유지되는 동맹, 혁신에 대한 투자, 장기적 제도 설계가 가동 공간을 넓힌다”고 강조했다. 내부적으로는 사회적 결속에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신뢰도가 높고 덜 파편화한 사회일수록 충격을 잘 흡수하고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츠 교수는 연대를 통한 회복력을 주장하며 한국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의) 경제 도약을 이끈 국가적 동원 경험은 연대의 힘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격동의 시기에 가장 큰 위험은 수축”이라며 “번영하는 리더와 사회는 더 넓게 보고 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주변 사람들에게 더 넓은 관심을 기울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과 개인에게도 ‘폭을 넓히라’고 강조했다. 허츠 교수는 “위험한 시기 본능적 수축은 판단과 혁신을 제한하고 더 큰 외로움과 두려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이러한 시기일수록 더 넓게 보고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리나 허츠 교수는…
△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MBA) △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 △ 케임브리지대 국제 비즈니스경영센터 부소장 △ 세계경제포럼(WEF) ‘영 글로벌 리더’ 선정 △ ITV 경제 편집장 △마텔(Mattel) 이사회 이사(현) △ 워너 뮤직 그룹(Warner Music Group) 이사회 이사(현) △ 워크휴먼(Workhuman) 이사회 이사(현) △런던대(UCL) 세계번영연구소 명예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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