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호 이뮤노포지 공동대표는 16일 이데일리와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나 사업개발 현황을 소개했다. 2년 전 ‘희귀질환’에서 ‘장기지속형(롱액팅)’으로 R&D 정체성을 확장한 성과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뮤노포지는 2017년 5월 가천대 길병원 교수(가천유전체의과학연구소장) 안성민 공동대표가 설립한 신약개발사다. 이어 창업 구상단계에서부터 논의를 함께한 장기호 공동대표가 2018년 합류했다. 장 대표는 동아쏘시오홀딩스(옛 동아제약), LG화학(옛 LG생명과학), 안국약품을 거친 30년 경력의 바이오의약품 사업개발 전문가로, 이뮤노포지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전략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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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전이 처음은 아니다. 이뮤노포지는 2023년 글로벌 회사에 장기지속형 펩타이드 파이프라인인 ‘PF1808’을 기술이전한 바 있다. PF1808은 기술이전 대상 회사 및 딜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어 작년 8월엔 동아에스티의 미국 자회사 뉴로보파마슈티컬과 DA-1726-ELP의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 파이프라인은 1개월 장기지속형 GLP-1 비만치료제로, 개념검증 후 기술이전계약을 맺는 조건이다.
올해엔 앞서 체결한 2건의 계약을 포함해 총 기술이전 건수를 5건으로 확대하는게 목표다.
◇GLP-1으로 근감소증 희귀질환 공략
이뮤노포지는 비만, 치매 등 적응증을 대상으로 연구되는 ‘GLP-1’에 근육감소증 치료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 원특허권자다. 사업전략적인 이유에서 희귀질환 시장에 집중했다.
장 대표는 “희귀질환은 미충족 의료수요(Unmet needs)가 크다. 치료제가 아예 없는 병이 많다. 환자 수가 적더라도 약의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1조~2조원 단위의 글로벌 매출은 충분히 가능하기에 개발 인센티브가 있다. 환자 모수가 적어 50명에서 100명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면 되기 때문에 개발비도 비교적 적게 드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 혈압약 시장은 20조원 규모에 경쟁약물이 상당히 많다. 나올만한 약은 이미 다 나온 상황이니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도 고혈압, 당뇨약 R&D는 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곳들도 있다”며 “반면 희귀질환은 규제기관 또한 치료제의 필요성을 인정해 우호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뮤노포지는 미국 FDA로부터 5건, 식약처로부터 1건의 파이프라인 희귀의약품 지정(ODD)를 받아 국내에서 한미약품의 21건 다음으로 많은 수의 ODD를 받은 회사다.
특히 집중하는 것은 뒤셴근이영양증으로 인한 심근병증의 치료다. 뒤셴근이영양증은 전세계 남아 3500명~5000명 중 1명 꼴로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출생 시 이미 유전자 변이를 가진 채 태어나고 3세~5세 사이에 근력저하가 눈에 띄기 시작, 12세에는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된다. 점진적으로 심장과 폐의 근육까지 약해져 주요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20대를 맞기 어려운 난치성 질환이다. 현재 전세계 30만명 가량의 DMD 환자가 보고되고 있으며 치료제는 전무하다.
장 대표는 “뒤셴근이영양증은 아이가 서서히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게되는 부모에게 큰 고통과 상실감을 안긴다. 항암제는 수명을 6개월~10개월 늘리는게 획기적인 약효로 포지셔닝 되는데, 이뮤노포지는 20대에 명을 다할 아이들을 부모보다 더 길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며 “근육량을 저하시키는 유전자는 억제하고 반대로 근육량을 늘려주는 유전자는 활성화 시키는 내용으로 R&D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GLP-1 외에도 기타 펩타이드와 신규 합성 화합물 등 다양한 모달리티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
◇2023년 분수령 …미국 페이즈바이오 ‘롱액팅 ELP 플랫폼’ 자산 인수
이뮤노포지는 2023년을 기점으로 R&D 정체성이 우화한 점도 주목된다. 약효의 반감기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을 내재화하면서다. 연구 파트너사였던 미국 페이즈바이오(PhaseBio)가 파산선고를 받자 이곳에서 기술도입했던 장기지속형 ELP 플랫폼을 아예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1개월 장기지속형 ELP 플랫폼의 원특허권자인 짐 밸런스(Jim Ballance) 전 페이즈바이오 R&D 부사장을 신임 CTO로 맞이했다. 밸런스 CTO는 이뮤노포지의 미국 필라델피아 지사를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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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뮤노포지는 롱액팅 플랫폼 인수 전후로 회사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기술이전 협의에 해당 장기지속형 플랫폼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장 대표는 “ELP로 롱액팅(장기지속형) 기술을 구현할수 있는 회사는 전세계에서 이뮤노포지가 유일하다. ELP 롱액팅은 혈중 약물 농도를 완만하게 상승하고 완만하게 하락하게 해 부작용이 적은 강점이 있다”며 “장기투약에도 안전성이 커 다양한 롱액팅 기술 중에서도 차별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ELP 플랫폼으로 많은 오픈 이노베이션이 예정되어 있다. 잠재적 파트너사들이 자신의 약물에 우리의 ELP 기술을 결합하고 싶어하고 있어, 앞으로는 플랫폼 기술 강자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C 200억 목표, 임상 2상·연구인력 충원
회사 설립 당시 안 대표가 60%, 장 대표가 40%의 비율로 출발했던 지분율은 투자유치 과정에서 현재 안 대표 24%, 장 대표 14%로 희석된 상태다. 진행 중인 시리즈 C를 마무리하면 지분율은 추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뮤노포지는 2019년 시리즈 A 51억원, 2020년 시리즈 A 브릿지 60억원, 2021년 시리즈 B 210억원을 유치했다. 주요 재무적 투자자는 BNH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다. 팁스 운영사인 휴젤도 2억원을 투자해 0.94% 지분을 가지고 있다.
4년 전 시리즈 B를 마지막으로 외부조달은 없었다. 2023년 10월부터 시리즈 C 유치에 나섰지만 클로징은 아직이다. 시리즈 조달 사이사이 보건복지부 과제로 13억원, 산업통상자원부 과제로 30억원을 확보해 R&D를 이었다.
시리즈 B의 프리밸류는 580억원이었지만, 최근 비상장 바이오텍 펀딩이 냉각기인 것을 감안해 시리즈 C 밸류에이션은 우호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다만 복수의 기술이전을 기대하는 만큼 몸값은 아직 협의 중인 상황이다.
이번 시리즈 C에서는 170억~200억원의 조달을 목표하고 있다. 신규 투자금으로는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70명 정도의 환자를 모집해 150억원의 임상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구인력 충원도 필요하다. 현재 회사에는 17명의 직원이 있으며 상장을 할 2026년까지 30명~40명으로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상장 주관사는 KB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