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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아베파 소속 각료 4명을 경질하는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다. 내각 2인자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을 비롯해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이 교체 대상이다. 정조회장·국회대책위원장 등 핵심 당직이나 부대신·정무관 등 차관급을 맡고 있는 아베파 인사들도 대부분 경질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임 관방장관으론 기시다파 소속 하야시 요시마사 전 외무상이 내정됐다. 기시다 총리는 무파벌인 하마다 야스카즈 전 방위상을 관방장관으로 기용하려 했으나 하마다 전 방위상이 고사하면서 무산됐다. 이를 두고 위기에 처한 내각에 합류하고 싶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산업상엔 사이토 겐 전 법무상(무파벌), 총무상과 농림수산상엔 각각 마쓰모토 다케아키(아소파) 전 총무상, 사카모토 데쓰시(모리야마파) 전 지방창생담당상이 기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사이토 전 법무상은 조선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의 외고손자다.
일본 도쿄지검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모은 돈 일부를 보고서에서 누락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쌓은 혐의로 집권 자유민주당 의원들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 5년간 총 5억엔(약 46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시무라 경산상은 사직서를 제출한 직후 기자들에게 “정치자금에 대한 국민 의혹이 정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수사도 진행 중이므로 결단을 내려야 했다”고 말했다.
비자금 스캔들로 기시다 내각은 출범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지난 9~10일 산케이신문-후지뉴스네트워크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2012년 자민당이 재집권한 이래 최저치인 22.5%까지 떨어졌다. 기시다 총리가 총리직에서 바로 물러나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40.5%에 달했다. 전날 의회에서 내각 불신임안이 부결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는 “강한 위기감을 갖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각 총사퇴나 자민당 총재 재선 도전 가능성에 관한 질문엔 “앞날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번 개각으론 기시다 총리가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 비자금 스캔들 수사가 아베파를 넘어 기시다파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기시다파 역시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모은 2000만엔(약 1억 8000만엔)가량을 보고서에서 누락했다고 보도했다. 이시바 시게루 의원이나 노다 세이코 의원 등은 벌써 ‘포스트 기시다’를 염두에 두고 몸을 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