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2022년 하반기부터는 가격 조정 빈도가 축소되는 분위기인데다 최근 가격 인하 빈도도 늘어나고 있어 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크게 전가하는 단계는 지나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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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원가 부담을 곧바로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음에도 고물가기에는 인상 빈도가 활발해진 것이다. 미국의 경우 가격 조정 빈도가 팬데믹 이전과 이후 1년에 1회에서 3회로 잦아진 바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동재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가격 조정 빈도의 증가는 대부분 인상 빈도가 늘어난 데 기인했고 인하 빈도는 팬데믹 전후로 큰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 빈도는 팬데믹 이전 16.1개월에 1회에서 이후 10.1개월의 1회로 자주 조정이 이뤄졌다. 반면 인하 빈도는 이 기간 20.8개월에서 17.5개월로 큰 변화가 없었다.
또 가격을 한 번 올릴 때 평균 20~25% 올렸는데 이러한 가격 조정폭은 팬데믹 이전이나 이후나 같았다. 가격을 한꺼번에 많이 올리게 될 경우 소비자들에게 경쟁상품 대비 외면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반하는 대상으로 찍힐 우려가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과장은 “기업들은 가격 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저항 및 민감도, 경쟁 제품으로의 대체효과 등을 고려해 가격 인상시 폭보다는 빈도를 조정함에 따라 물가상승률과 가격인상 빈도간 상관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1%포인트 오를 경우 개별품목의 가격 인상 빈도 역시 약 1%포인트 높아진다.
품목별로 보면 수입원재료 비중이 높은 차·음료, 조미료·식용유지, 즉석식품·냉동식품, 곡물가공품, 위생용품 등을 중심으로 올랐다.
다만 한은은 2022년 하반기부턴 가격 인상 빈도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이후 나타난 유가 등 원가 충격이 소비자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돼 추가로 가격 인상 등 전가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엔 외려 가격 인하 빈도도 상승하고 있다. 이에 작년 4분기에는 가격 인상과 가격 인하 빈도 확률이 각각 8.8%, 7.5%로 유사해졌다. 15개월에 1회 정도로 가격 조정 빈도가 축소된 것이다.
예컨대 작년 중반 이후 라면 기준가격(할인 등 일시적 가격 조정 효과 제외)은 1330원까지 올랐다가 1250원 수준으로 내려갔다. 정부 압박에 농심, 삼양식품 등이 라면 가격 인하에 나선 영향이다.
그럼에도 이 과장은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목표 수준을 상당폭 상회하는 상황에서 유가 등 새로운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인플레이션 변동 폭이 물가 안정기에 비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기업의 가격 조정 행태가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는지를 지속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