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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차예지 기자] ‘독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수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뜻으로 미 국가 연주 때 무릎을 끓어 시위한 미국프로풋볼(NFL) 스타를 겨냥해 ‘개XX’라는 욕한데 이어 지지자들을 향해 NFL 보이콧에 나설 것을 촉구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새벽 트위터에서 “NFL 선수들이 국기와 국가에 대한 결례를 멈출 때까지 팬들이 경기에 가길 거부한다면 변화가 빠르게 일어날 것”이라며 무례한 선수들을 “해고 또는 자격정지”하라고 말했다.
이어 “NFL 관람률과 시청률은 떨어지고 있다. 지루한 경기 탓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은 국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경기에 가지 않는다. 리그는 미국을 지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에 저항하는 의미로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국가연주 때 무릎꿇고 앉은 것은 지난해 8월의 일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그에 대한 비하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지원 유세에 참석한 자리에서 “우리 구단주들이 국기에 결례를 범하는 선수에게 ‘개XX를 당장 끌어내고 해고해’라고 말하는 걸 봤으면 좋겠다”고 말해 체육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이는 캐퍼닉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외신들은 해석했다. 트럼프는 욕설에 그치지 않고 “TV를 켰는데 우리의 위대한 애국가가 연주되는 와중에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무릎을 꿇고 있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경기장을 떠나는 것”이라며 NFL 보이콧을 촉구했다.
그러자 NFL 선수들은 단체로 ‘무릎꿇기’에 나서며 트럼프의 발언에 저항하고 나섰다. 선수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NFL 보이콧’ 트윗에 이번에는 팔짱을 끼는 형식으로 항의 의사를 표시했다. 런던에서 시합한 볼티모어 레이번스와 잭슨빌 재규어스 소속 선수들은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팔짱을 꼈다.
이들 현역뿐 아니라 레이 루이스 등 은퇴한 스타들도 동참했고, 코치와 다른 선수들도 선 채로 팔짱을 꼈다. 피츠버그 스틸러스 선수단은 국가 연주 시간이 되어도 라커룸에 머물렀으며, 마이애미 돌핀스 선수들은 캐퍼닉을 지지하는 글귀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몸을 풀었다.
외신들은 이날 NFL 경기에서 100여 명의 선수가 항의 시위에 참여했고, 볼티모어 레이번스를 포함해 최소 3명의 구단주가 선수들과 동참했다고 전했다.
또 이날 오전에만 전체 32개 구단의 절반 가까이가 성명을 내고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특히 지난 1월 대통령 취임식 행사에만 100만 달러를 기부했을 만큼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 로버트 크래프트까지 “대통령의 지난 22일 발언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크래프트는 “이 나라에서 스포츠보다 더 위대한 통합자는 없으며, 불행하게도 정치보다 더 분열적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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