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멀고, 교역 관계도 적은 MENA(중동·북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일어났기에 처음에는 과거 우리나라의 민주화 혁명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재스민 혁명으로 유가가 다시 급등하면서 회복돼 가던 세계 경제에 재차 암운을 드리웠고 재발하는 유럽 위기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면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 `이데일리 세계전략포럼 2011` 행사 사진 보기>
재스민 혁명의 국가들은 정치적 억압과 가난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이외에도 혁명의 전제조건들이 축적돼 왔다는 게 나세르 사이디(사진)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같은 맥락에서 아직은 조용한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와 중앙 아시아로 번져갈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다시 불이 붙을 땐 유가 불안은 물론 세계 경제가 더블딥으로 가는 고속철도에 탑승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사이디는 어떤 해결책을 내놨을까. 그는 리비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군사적 개입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정치적 문제 해결과 함께 경제사회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특히 재건은행 설립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내놨다. 아울러 이슬람하면 테러리스트로 각인돼 있을 정도로 부정적인 인종적 편견에서 벗어나 그들을 진정한 이웃으로 대하는 포용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화약고 폭발한 MENA
재스민 혁명은 튀니지를 시발로 이집트를 거쳐, 예멘, 리비아, 시리아, 카타르 등으로 번져갔다. 리비아를 제외하고는 산유국이 아니다. 이들 국가는 경제위기를 해결하느라 풀어 놓은 전세계적 과잉 유동성의 희생양이다. 유동성 덕분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지속되는 고유가와 식료품 가격 급등은 혁명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이런 이유만으로 혁명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게 사이디의 견해다. 수십년째 독재가 이어져 왔고, 가난 역시 대를 물려 내려왔다. 사이디는 높은 청년 실업률과 여성의 극도로 저조한 노동시장 참여율 등의 인구학적 구조가 혁명을 실행할 에너지원이 됐다고 설파했다.
사이디는 "젊은 인구는 많은 데 청년 실업이 높다는 것은 이 지역의 큰 문제"라며 "전체 인구의 65% 미만이 25세 미만이었고 청년실업률은 예멘이 30%를 초과한 것을 시작으로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등도 대동소이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세계전략포럼을 위해 공개한 인구학적 각종 지표를 제시하면서 이들 지역이 지표에서 낮은 수준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인구 구성비, 연령대별 실업률, 영아 사망률, 인권, 부정부패지수, 책임성 지수, 1인당 GDP, 식품가격 등에서 취약점을 안고 있었고 이것이 재스민 혁명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그는 "종합해보면 카타르와 UAE, 퀘이트가 취약성이 가장 낮다"고 결론지었다.
◇ 잡히지 않은 불길..전세계 스테그플레이션 우려도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나 다소 진부해졌고, 유럽의 재정위기속에 재스민 혁명에 대한 관심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사이디는 하지만 재확산의 가능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현재 진행형인 리비아와 시리아, 예멘 뿐만 아니라 조용한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과 중국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이 다음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이들 지역은 재스민 혁명 국가와 마찬가지로 앞서 지적한 인구학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잘 알다시피 정치적으로도 독재에 가깝다. 경제력 역시 자원 국가를 제외한다면 논할 처지가 못된다. 사이디는 "중동 문제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며 "높은 식품가격과 연료가격은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스테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경제가 회복세가 충분치 않고 통화정책도 완화적인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더 큰 폭 오르면 경기침체와 인플레가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며 "중동지역의 정정불안이 지속될 경우 전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재스민 혁명 진정한 해결책은
튀니지와 이집트는 재스민 혁명으로 정권이 전복된 국가다. 두 나라 국민의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은 매우 크다. 하지만 정권이 전복된 지금의 현실은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사이디는 정치적 문제 해결은 기본이고 재건 은행의 설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청년 실업과 여성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이 절실하고 이 과정에 재건 은행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특이하게도 과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재건시 미국이 사용한 마셜 플랜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유럽은 전후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에 합류해야 한다는 방향이 확실했으나 MENA 지역은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방향을 잡아가고 주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데, 여기에 그들이 주도할 수 있는 은행만한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사이디는 그는 "사회기간 시설과 보건분야에 대한 투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재건 등 장기적 자원이 필요한 사업을 위해선 재원이 있어야한다"며 "여기에는 산유국 뿐 아니라 일본, 터키, 미국, 유럽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디는 아울러 "재스민 혁명 지역의 사람들은 재건을 위한 각종 수단들을 신속히 제공받지 못한다면 빨리, 그리고 더 큰 좌절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더 폭력적이고 더 과격한 상태로 넘어가게 되고 국가도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관심을 촉구했다.
<☞ [WSF 2011][지상중계]①"MENA 재건은행 만들자">
<☞ [WSF 2011][지상중계]②"유가 크게 오르진 않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