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개인적으로 가끔 심심할 때 ‘무한도전’을 다시 찾아봅니다. 언제 봐도 웃긴 장면이 많은데요. 그 중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홍철 없는 홍철팀’입니다. ‘발상의 전환’(?)이 빛난 에피소드죠. 방송이 끝난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관용구처럼 쓰입니다.
|
발레 ‘돈키호테’는 대표적인 고전발레 중 하나입니다. 발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안무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가 작곡가 루드비히 밍쿠스의 음악에 맞춰 안무했습니다. 프티파는 ‘차이콥스키 발레 3부작’으로 불리는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을 안무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소설에서 노인으로 등장하는 돈키호테가 춤을 추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프티파가 안무한 ‘돈키호테’는 매력적인 선술집 딸 키트리와 젊은 이발사 바질의 유쾌한 로맨스에 초점을 맞춥니다. 물론 돈키호테와 산초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키트리와 바질의 로맨스를 이어주는 ‘감초’ 캐릭터로 등장하죠. 코믹한 마임(무용에서 몸짓과 표정으로 연기하는 것)으로 극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발레 ‘돈키호테’는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공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다른 고전발레보다 유쾌하고 낙천적인 분위기 때문에 발레 입문작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스페인이 배경이다 보니 춤 동작에서도 손동작을 많이 활용하는 등 이국적인 분위기가 눈에 띕니다. 제자리에서 32회전을 도는 발레 기술 ‘푸에테’를 비롯해 고난도의 기교가 곳곳에 있어 볼거리도 갖췄습니다.
|
‘홍철 없는 홍철팀’ 같은 돈키호테가 아쉬웠기 때문일까요. 이번 국립발레단 ‘돈키호테’는 기존 발레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별점을 내세웁니다. 가장 큰 차별점은 돈키호테가 춤을 춘다는 것입니다. 기존 3막 구성을 2막으로 축약해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이 중 2막 1장에 등장하는 돈키호테의 ‘꿈’ 장면을 통해 주인공이 된 돈키호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송 안무가는 “돈키호테가 주인공인데 왜 발레에선 걸어 다니기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며 “돈키호테 캐릭터를 조금 더 입체화해 여인 둘시네아와의 사랑을 춤으로 표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장면에서 돈키호테 역 무용수들이 보여줄 ‘퀵 체인지’(공연에서 배우가 의상, 분장 등을 빠르게 전환하는 것)도 볼거리 중 하나입니다. 1명의 무용수가 퀵 체인지를 통해 늙은 돈키호테와 젊은 돈키호테를 번갈아 보여줄 예정입니다. 국립발레단 대표 수석무용수 이재우, 드미솔리스트 구현모가 돈키호테 역을 번갈아 맡았습니다. 원작에선 키트리가 돈키호테의 꿈 속에서 둘시네아로 1인 2역을 하는 것과 달리, 국립발레단 버전에선 둘시네아 역의 무용수를 따로 둔 점도 차별점입니다. 송 안무가는 “꿈 속에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희망과 이상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원작 1막에 등장하는 집시들은 유랑극단으로 설정을 바꿔 색다른 재미를 더했습니다. 이쯤이면 원작과는 전혀 다른 발레가 아닌가 걱정도 되는데요. 송 안무가는 “고전은 고전다워야 한다는 게 저의 목표”라며 “원작에서 하이라이트가 되는 주요 장면은 원작 그대로 가져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돈키호테’를 ‘홍철 없는 홍철팀’ 같은 발레라고 불러서는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