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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탈석탄' 역주행하는 중국

박종화 기자I 2023.07.21 16:20:49

6월 화력 발전량, 1년 전보다 14% 증가
"고온에 에너지 소비 늘어…화력발전 역할 중요"
케리 ''中과 석탄 감축 논의가 가장 힘들어''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이 석탄 발전을 크게 늘리고 있다. 중국이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하고도 석탄 발전을 확대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 허베이성의 석탄화력발전소.(사진=AFP)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화력발전소의 발전량이 5228억킬로와트시(kWh)로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14.2% 늘어났다고 18일 발표했다. 지난달 중국에서 소비된 전력 중 70% 이상이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셈이다. 중국의 화력발전소 중 절대다수는 천연가스가 아닌 석탄을 연료로 쓰고 있다.

후한저우 중국 국가통계국 에너지사 사장(국장급)은 “최근 일부 지역에서 기온이 올라가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어 에너지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며 “기저전원(기본적인 전력 수요를 담당하는 전원)으로서 화력발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올여름 중국은 유례없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 베이징의 기온은 6월 말부터 40℃를 넘나들고 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내륙 지역의 기온은 이달 들어 50℃가 넘는 ‘살인적’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폭염이 이어지면 에어컨 사용 등 전력 소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국은 2021년 여름에도 폭염으로 전력난을 겪다가 급기야 9월 20개 성·시가 대정전 사태를 겪어야 했다.

정전 트라우마가 남은 중국은 이후 석탄화력발전소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천연가스 등에 비해 연료비가 싸고 발전량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글로벌에너지모니터(GEM)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정부가 허가한 석탄 발전 사업은 106GW 규모(발전기 기준 168기)에 이른다. 일주일에 세 곳씩 석탄발전소 허가를 내준 셈이다.

중국의 ‘석탄 사랑’엔 정치적 이유도 있다. 석탄의 경우 중국 내 매장량이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지만 석유나 천연가스 등은 대부분 해로로 수입해야 한다. 인도·태평양 지역 주도권을 두고 미국·인도와 기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석유·천연가스 수입량은 늘리는 건 에너지 안보상 불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움직임이 기후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2021년 기준 중국의 석탄 소비로 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량은 79억6000만미터톤에 이른다. 미국 전체의 배출량과 맞먹는다. 여기에 중국 탄광은 다른 나라보다 더 깊은 곳에서 석탄을 채굴하기 때문에 또 다른 온실가스인 메탄도 더 많이 배출한다.

이는 206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중국의 약속과 모순된다. 이번 주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백악관 기후변화특사는 19일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며 석탄 사용 감축 문제가 중국과의 논의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고 토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 소비량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2021년 약속한 바 있다.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의 미할 메이단은 “석탄 발전이 늘어난다는 건 중국이 기후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철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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