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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 ‘주주권보호’ 소홀..서스틴베스트, 2015 지배구조평가결과발표

김영환 기자I 2015.07.22 12:0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셀트리온(068270)을 적대적으로 인수합병하려면 지분 매입을 위한 비용 외에도 500억원 이상이 되는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셀트리온은 적대적 M&A로 대표이사나 이사가 퇴임할 경우 각각 200억원, 5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황금낙하산 조항을 두고 있어서다. 셀트리온은 2명의 대표이사를 포함, 37명의 임원진이 구성돼 있다.

상장기업들이 황금낙하산을 비롯해 초다수결의제 등 경영권보호장치 도입에는 적극적이면서도 일반 주주권 보호에는 등한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황금낙하산은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임원들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자료-서스틴베스트)
22일 책임투자 전문리서치 업체 서스틴베스트가 국내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주요 600개 기업의 2015년 상반기 지배구조현황을 조사한 결과, 24%인 144개 사가 황금낙하산, 초다수결의제 등 경영권보호장치를 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서면투표제, 집중투표제와 함께 주주친화적으로 여겨지는 대표적 장치인 전자투표 제도를 두고 있는 기업은 53개로 9%에 불과했다.

김상윤 서스틴베스트 기관자문팀 애널리스트는 “경영권 방어 자체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영권을 보호하려는 장치들이 기업의 자유로운 거래를 막음으로써 일반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생겨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경영권보호장치를 둔 기업이 113개사로 19%였던 것에 비해 1년 사이 5%포인트가 상승했다. 올초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각종 경영권보호장치를 신설한 기업이 늘어난 탓이다.

경영권보호장치는 신주의 제3자배정, 황금낙하산, 초다수결의제가 대표적인데 주로 경영진의 교체를 어렵게 하는 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신주의 제3자 배정이란 ‘특정한 경영목적 달성을 위해 주식을 특정인에게 발행할 수 있는 제도’로 적대적 경영권 인수 시도를 예방하기 위해 우호주주에게 주식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황금낙하산은 적대적M&A 시도가 있을 때 기존임원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하며 초다수결의제는 합병, 경영권 이전 승인과 같은 정관규정의 개정을 위해 필요한 주주총회의 의결정족수를 높이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이다.

동부하이텍(000990)성신양회(004980), 송원산업(004430) 등은 적대적M&A가 우려되는 경우 이사회가 정한 무의결권 주식을 의결권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항을 뒀다.

현행 상법상 주총출석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1/4 이상으로 이사의 선임과 해임이 가능하지만 한진해운(117930)은 주총출석주주의결권의 2/3이상 및 발행주식총수의 1/3 이상으로 규정함(초다수결의제)으로써 이사의 선임과 해임을 어렵게 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경영권보호장치는 주주총회에서 정당한 표대결을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미 상법에서 두고 있는 규제를 더욱 높이려는 시도로 긍정적인 면 외에 부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의견을 손쉽게 전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도는 조사대상 기업의 9%인 53개사 만이 도입하고 있다. 이들 53개 기업도 올해 처음 도입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주주권리보장의 측면이라기 보다는 섀도우보팅(Shadow voting) 폐지를 연기하기 위한 것이 주된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한해 3년간 섀도우보팅 존치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박종한 서스틴베스트 선임애널리스트는 “과거 수년 동안 아주 극히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관심이 없던 전자투표제도를 올해 갑자기 많은 기업이 도입했다”며 “섀도우보팅 존치조건으로 내걸지 않았어도 기업들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자투표제 이외에 주주친화적인 제도라 볼 수 있는 서면투표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수는 수년째 제자리”라고 덧붙였다.

자료-서스틴베스트
한편 조사대상 600개 기업 중 전체 1위는 SK텔레콤(017670)으로 주주의 권리와 이사의 보수 부문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정보의 투명성 및 관계사위험은 평균 정도의 평가를 받았다. 전체 2위를 한 포스코(005490)는 주주의 권리와 이사회 구성과 활동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관계사 위험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최하위권인 효성(004800), 에스엠(041510), 동국제강(001230) 등은 전 영역에서 낮은 성과를 보였다. 특히 효성(004800)은 주주의 권리를 제외한 전 영역에서 500위 이하의 성적을 받았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서스틴베스트의 기업지배구조평가는 일반주주관점에서 기업이 얼마나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펴는가를 평가한다”며 “대체적으로 주주의 권리와 정보의 투명성 부분이 부족했으며 이것은 국내 기업들의 일반 주주 권리보장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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