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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낮은 가격은 수요 급증이 아직 눈에 보이는 형태로 반영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게 스미스의 시각이다. 그가 지목한 원인은 하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이미 5월 보고서에서 같은 경고를 했다.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대기 위한 가스터빈 발전기가 급증하면서, 올해 미국의 화석연료 발전 투자액이 수십 년 만에 처음 중국을 앞지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2028년까지 미국에 지어질 데이터센터가 끌어다 쓸 전력만 130~150기가와트, 웬만한 나라 하나를 통째로 돌릴 수 있는 규모다.
궁금한 건 왜 하필 가스인가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도 있고, 최근 각광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도 있는데 말이다. 이유는 데이터센터의 작동 방식에 있다. 서버는 날씨를 봐가며 멈출 수 없다.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는 해가 지거나 바람이 멎으면 발전량이 뚝 떨어진다. 반면 가스터빈은 다르다. 출력이 세고, 필요할 때 즉시 켜서 원하는 만큼 전기를 뽑아낼 수 있다. 시동을 건 뒤 실제 출력이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짧아서, 전력망에 문제가 생기면 예비 터빈을 바로 돌려 위기를 넘길 수 있다. SMR은 아직 몇몇 나라가 시제품 수준으로 굴려보는 단계라 당장 쓸 카드가 못 된다.
두 번째 이유는 속도다. 데이터센터까지 새로 송전선을 놓으려면 규제 심사를 거치고 주민들 반대도 넘어야 한다. 몇 년이 훌쩍 지나간다. 가스터빈은 상대적으로 훨씬 빨리 세울 수 있다. 텍사스주가 아예 데이터센터 전용 ‘독립형 가스터빈 발전소’ 건설을 허가해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론 머스크가 테네시주 멤피스에 지은 AI 데이터센터 ‘콜로서스’가 대표적 사례다. 대형 가스터빈 69개를 따로 발전 단지로 묶어, 122일 만에 완공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미국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스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헨리 허브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해외로 나가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따라 오르고, 이는 곧 전 세계 연료비 상승으로 번진다. 스미스는 결국 그 부담을 떠안는 쪽은 일반 소비자라고 말한다. 전기요금이 실제로 뛰면 그 전기를 AI 연산에 쓸지, 가정용으로 아껴 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어느 쪽이든 끔찍할 것”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정부도 이 문제를 모르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7일 ‘요금 납부자 보호 서약’이라는 대책을 내놨다. 요지는 간단하다. 앞으로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새로 지으려는 빅테크는 자기 발전소를 직접 지어 전기를 스스로 조달하라는 것이다. 가계 전기요금에 부담을 떠넘기지 말라는 취지다. 다만 이 약속이 실제로 가스 공급 부족 문제 자체를 해결해줄지는 다른 문제다. 데이터센터가 자체 발전소를 짓더라도, 결국 그 발전소 역시 가스를 원료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마켓잉크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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