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삐그덕’ 강석훈 산은 회장…노조 ‘저지투쟁’ 장기화되나

황병서 기자I 2022.06.10 14:01:09

산은 노조, 3일 째 건물 로비서 투쟁 이어가
강 회장, 인근 호텔에 임시 집무실 마련
갈등 장기화 양측에 모두 부담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강석훈 신임 KDB산업은행 회장 출근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 할 조짐이다. 강 회장과 산은 노동조합 간의 첨예한 대립의 사안으로 꼽히는 ‘산은 부산 이전’을 놓고 서로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산은 노동조합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재 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3일 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황병서 기자)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지난 8일 첫 출근이 저지된 뒤 3일째 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현재 산은 인근 호텔에 임시 집무 공간을 마련해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산은 본사 정문 앞에 임시천막을 설치하고 3일째 출근저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9일 이틀간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던 것과 달리 조윤승 산은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30여 명은 이날 로비에서 “부산 이전을 위한 낙하산 인사”라며 투쟁을 이어갔다. 앞서 강 회장은 첫날 출근길 노조에 “같이 논의하자”고 밝혔지만 노조는 부산 이전 계획을 철회하라는 약속을 받아오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조 위원장은 “신임 회장 내정자 분과는 어제는 만나지 못했고 오늘도 아직 일정이 없다”면서 “실무자를 통해서 계속 보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견차이가 커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윤종원 기업은행(024110)장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2020년 노조 반대로 취임 27일 만에야 본점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다만 사태가 길어지는 것은 강 회장과 노조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 본격적인 협상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 회장은 8일 첫 출근을 저지당한 후 조 위원장과 독대 면담을 했다. 이날 이렇다 할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도 물밑협상 등을 통해 양측 의견을 교환한 뒤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조 또한 정상적인 절차로 임명된 신임 회장의 업무를 무조건 저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에 대한 비난여론이 이는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특히 산은이 쌍용차 매각, 대우조선해양 정상화와 같이 굵직한 이슈를 당면하고 있는 점도 회장의 출근저지가 오래될 수록 노조에 대한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다.

강 회장도 취임 초기 직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도 노조의 반발을 누르려고 하는 모습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앞서 강 회장도 취임 소감을 통해 “산업은행 전 구성원과 함께 마주하고 있는 당면 과제들을 풀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소통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노사간 갈등의 원인이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는 점이 난제로 꼽힐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차라리 임금 협상이라면 서로 양보하면서 조정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산은 본사 이전 문제는 대통령 공약으로 결국에 ‘실현하냐, 못하냐’의 경우의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 소재 산업은행 입구 앞에서 노조원들의 저지를 받아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황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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