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일렉트릭(267260)은 약 4000억원을 투입해 국내외 초고압 변압기 생산시설 증설에 나선다고 20일 밝혔다. 국내에선 울산 사업장 내 기존 부지를 활용해 생산공장을 신축한다. 미국에선 알라바마 법인 내 제2공장 건립을 통해 765kV(킬로볼트)급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765kV는 현재 미국에서 취급하는 최대 전압 사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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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공장 모두 2026년 완공 후 2027년 가동에 돌입한다. 투자액은 울산이 2118억원, 알라바마가 1850억원으로 총 3968억원을 투입한다. 투자 효과가 본격화하는 2028년부터는 최대 연간 3000억원의 매출 증대가 이뤄질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HD현대일렉트릭이 미국 현지에서 증설에 나선 것은 생산능력 확충을 통해 변압기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동시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노후 전력망 교체 시기가 맞물린 데다 AI 반도체 생산 시설과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서 전력 기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퇴임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인프라 건설을 가속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의 AI 관련 투자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일렉트릭의 북미 시장 수주 잔고는 약 35억달러로 현재도 전체 수주 잔고의 약 63%를 차지한다. 이재웅 HD현대일렉트릭 상무는 “전체 수주에서 북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도 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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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성장세에 따라 증권가에선 HD현대일렉트릭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에 근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실적 전망치는 매출 4조1362억원, 영업이익 92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3조3223억원, 영업이익 66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9%, 112.2% 증가했다. 불과 3년 전인 2021년 연간 영업이익 97억원에서 6797% 증가한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올해 연간 수주 금액은 38억16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목표인 37억4300만달러를 초과 달성했다. 수주 잔고는 전년 대비 28.8% 증가한 55억41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수주 목표는 38억2200만달러, 매출 목표는 3조8918억원으로 정했다.
회사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전력인프라 투자와 데이터센터 관련 전력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선별 수주와 효율적인 생산 대응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HD현대일렉트릭 영업이익률은 2022년 6.3%에서 2023년 11.7%, 지난해 20.1%로 급등하는 추세다. 전체 공장 가동률은 현재 90~95%를 기록 중이며 이를 매년 연간 약 10% 지속적으로 상향해 나가고 있다.
한편 HD현대일렉트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법안 축소 발언이나 공식 취임에 따른 수주 감소 움직임은 현재까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고객들은 조기 발주를 서두르고 있고 올해 1분기 수주는 전반적으로 많이 늘 것으로 예상한다”며 “입찰도 많이 진행되고 있어 하반기에도 큰 무리 없이 수주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