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에 이은 러·우 전쟁은 글로벌 분절화 움직임을 심화시키며 세계교역에 하방요인으로 작용했다.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통화긴축이 이어지며 교역을 위축시켰고, 팬데믹 이후 새롭게 나타난 국제유가·달러화 동조화 현상은 글로벌 성장에 비해 제조업 생산과 교역을 더욱 부진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팬데믹 충격 이후 세계경제가 주로 서비스부문 회복에 힘입은 성장세를 보이며 교역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세계성장 대비 교역증가율(교역탄성치)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부진하다. 2021~2023년중 교역탄성치(1.2)는 금융위기 당시(1.6)에 비해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2023년중 세계교역은 성장에 비해 매우 부진해 교역탄성치가 0.3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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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는 세계교역이 완만한 회복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IT경기 반등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우리나라 주요 수출대상국의 수입 수요가 올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미국, 유로지역, 베트남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대상국의 수입수요 증감률이 작년 -0.6%에서 올해 3.3%로 상당폭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또한 올해 수출 개선은 미국 등 선진국의 첨단산업·친환경투자 정책 추진과 함께 그간 고금리 영향으로 미뤄졌던 글로벌 투자가 회복되는 데에도 기인할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 조사국은 올해 글로벌 투자가 전년대비 4.3% 증가해 작년(0.6%)보다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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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세계교역 환경변화에 비춰볼 때,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수출 환경엔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해 있다고 한은은 봤다. 비IT부문을 중심으로 수출시장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고, 반도체·전기차·이차전지 등 미래 핵심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점 등은 향후 우리 수출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다만 AI 등 첨단기술 주도권 경쟁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심화, 친환경 전환과정에서 주력 수출품에 대한 수요 감소 가능성 등도 있다.
한은은 앞으로 우리 경제 수출경쟁력과 성장경로는 글로벌 분절화 리스크 대응에 더해 기술혁신과 친환경 경제로의 이행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세준 한은 조사국 조사총괄팀 차장은 “중국의 생산거점 역할이 축소되는 데 따른 반사이익을 선점할 수 있도록 인도·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유연한 대응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친환경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출산업의 탄소집약도를 낮추고, 주요국 대비 저조한 기후대응 기술력을 향상하는 데 집중적인 투자가 요구된다”고 짚었다. 이어 “경쟁력 있는 기술인력과 인프라를 갖추는 한편 국내 서비스산업 전반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