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고인 A씨는 2013년 5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원불교재단의 후원으로 설립된 학교법인 B가 운영하는 C의 교장으로 재직했다.
해당 학교는 2017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요강을 공고하면서 생활기록부 점수 100점, 포트폴리오·면접 점수 100점 등 합계 200점을 만점으로 하고 상위 점수 획득자 순으로 신입생 40명을 선발할 계획을 수립했고, 학생 면접은 학교 교사 4명이 실시하기로 했다.
피고인 A씨는 2016년 11월 25일 학생 면접위원 등을 참여시켜 신입생 입학 사정회의를 주재하던 중, 면접위원 등에게 생활기록부와 면접 점수 합산 결과 42순위로서 불합격권이었던 D(남)를 합격시키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관련 법령, E교육청의 2017학년도 전북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 2017학년도 C 신입생 입학전형요강 등에 비추어, 학교장인 A씨뿐만 아니라 신입생 입학 사정회의에서도 지원자의 면접 점수를 사후에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특히 면접위원 가운데 일부는 학생 D 면접 태도가 불량한 점 등에 비추어 면접 점수를 상향시켜 신입생으로 합격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화를 내면서 “참 선생님들이 말을 안 듣네. 중학교는 이 정도면 교장 선생님한테 권한을 줘서 끝내는데. 왜 그러는 거죠? 이 정도면 ‘교장 선생님께서 결정하십쇼’ 하고 넘어가거든요. 왜 이곳은 말을 안 듣지? 왜 그래요?”라고 했다.
또 “어떻게 고등학교는 정말로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아무튼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정말로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이야.”, “여학생 하나 붙여요. 남학생 다 떨어뜨리고, 거기서 거기라면 또 엄한 소리 뒤에 가서 하느니 여기서 여학생 하나 집어넣고.”라고 말을 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피고인으로부터 인사상 불이익 등을 받을 것이 염려돼 D의 면접 점수를 상향시켜 신입생으로 선발되도록 했다.
사정회의 당시 논의 과정을 살펴보면, 입학전형위원들은 논의를 통해 일단 남학생 지원자 23명 중 D를 포함해 6명을 불합격시키는 것으로 분류했다. 성비를 고려해 남학생을 20명은 합격시키기 위해서 불합격 분류자 중 3명을 더 합격시키기로 했고, 이에 논의가 계속 진행됐다. 그러나 결국 나중에는 D 1명만 합격자로 추가해 남학생은 18명만 선발했다.
1심에서는 피고인이 입학전형위원장으로서 사정회의에 참석해 그 의견을 제시한 것의 하나라며 업무방해를 무죄로 봤다. 하지만 2심은 업무방해로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계속해 합격자 변경을 요구했고, 피해자들은 모두 일관해 피고인의 지시에 끝까지 응하지 않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 등을 받을 것이 염려돼 피고인의 지시에 따르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특히 “피고인은 이 사건 신입생 입학 사정회의에서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없는 위력으로 피해자들의 신입생 면접 업무를 방해했다. 이는 피해자들이 최종적으로는 어느 정도 자의로 면접 점수를 변경하게 됐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
또 “피해자들이 D의 면접 점수를 조정하기로 한 것은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통해 어떠한 분위기를 조성한 영향으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전형위원회 위원들이 이 사건 사정회의에서 논의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이 발언을 다소 과도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피해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사회통념상 허용할 수 없는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들의 신입생 면접 업무를 방해하기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특히나 “피고인의 발언은 전형위원회 위원들 사이에 최종 합격자 결정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면서 합격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입학전형에 관한 부정한 청탁에 기인한 것이라거나 그 밖의 부정한 목적 또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며 “피고인이 업무방해의 고의로 이 사건 발언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