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는 북한 화물선이 중국에 석탄을 실어나르는 정황이 포착된 위성사진들을 입수·공개하며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석탄 수출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북한의 석탄 수출 및 회원국들의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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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선박, 작년 8월·올해 4월 中룽커우항 오가며 석탄 수출
미국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2021년 8월 8일 오전 6시 50분에 촬영한 북한 남포항의 위성사진을 보면 항구에는 석탄으로 보이는 검은 물체가 쌓여 있고, 그 옆에는 길이 165m, 폭 26m의 화물선이 정박해 있다. 전문가 3명의 감정 결과 이 화물선은 ‘태평2호’로 추정됐다.
다음 날인 8월 9일 오후 1시 26분 태평2호의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신호가 남포항에서 발신됐고, 이를 추적한 결과 8월 13일 오전 3시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 룽커우항에 입항해 26일까지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석탄 하역은 13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됐다.
유엔 안보리 북한 제재위원회가 올해 3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 패널은 지난해 8월 21일 태평2호가 룽커우항에서 화물을 적재하는 위성사진을 확인하고 중국 정부에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북한의 선박은 빈 상태로 입항했으며 비료와 농업물자를 싣고 출항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도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핵·미사일 개발을 포함한 북한의 군사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유엔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럽 에어버스가 운영하는 위성이 올해 4월 촬영한 사진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과거 석탄 밀수 혐의가 있는 화물선 ‘금야호’가 지난 4월 4일 오전 2시 40분에 남포항에서 하얀 주머니 모양의 물자를 하역하는 장면과, 같은 달 23일 오전 2시 19분 룽커우항에서 석탄 추정 물자를 내리는 장면이 각각 포착됐다. 금야호의 동선은 같은 기간 AIS 신호의 위치 정보와도 완전히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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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중국에 석탄 팔아 핵·미사일 개발자금 마련”
위성사진과 별도로 닛케이가 영국 정보회사 레피니티브로부터 AIS 기록을 입수해 지난 18개월 동안 북한 관련 선박 180여척의 항로를 분석한 결과, 룽커우항에 37척이, 랴오닝성과 허베이성의 항구에 20척 이상이 각각 체류 또는 기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항구 모두 석탄 처리가 가능한 곳들이다.
중국 온라인에서 ‘조선산’이라고 적힌 석탄이 거래되고 있다는 점도 북한이 중국에 석탄을 밀수출하고 있다는 혐의를 뒷받침하고 있다.
닛케이는 “북한은 그동안 AIS 신호를 끊고 항로를 숨기거나 야간에 다른 배로 화물을 옮겨 싣는 방식으로 석탄을 밀수출해왔다”며 이처럼 석탄을 팔아 확보한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 등에 쓰이고 있다고 추측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석탄 가격이 1년 전보다 3배 이상 치솟아 저렴한 북한산 석탄이 경쟁력을 얻고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석탄 수출액은 2016년 기준 약 11억달러(약 1조 4300억원)로 추정된다. 이는 북한 전체 수출액의 40%를 차지한다. 유엔 안보리의 제재 이후인 2018년부터는 기록상으론 북한의 석탄 수출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올 들어 6월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최소 28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역대 가장 많은 횟수다. 또 최근엔 북한이 7번째 핵실험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