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잼버리 현장 이탈해 VIP용 숙소 이용한 여가부 장관
실제 VIP 숙박여부도 파악불가..."조직위가 명단 공유 안 해"
이은주 의원 "김현숙 장관 생태탐방원에 주먹구구로 껴들어가"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을 이탈해 외부 숙소에서 머물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김 장관이 묵은 숙소는 원래 해외 주요인사 등 VIP를 위해 준비된 숙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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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국립공원공단으로부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원회 1~3차 업무협의 결과’를 제출받고 “김 장관이 묵었던 변산반도 생태탐방원은 원래 스웨덴 국왕, 룩셈부르크 왕자 등을 비롯한 해외 인사와 세계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VIP 숙박 장소였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국립공원공단과 지난 2022년 12월15일, 12월29일, 2023년 1월5일 세 차례에 걸쳐 업무협의를 진행했다. 협의 결과 변산반도 생태탐방원을 ‘VIP 회의장’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 자료에서는 ‘VIP’로 스웨덴 국왕이나 룩셈부르크 왕자 등을 지칭했다. 이후 잼버리 조직위와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4월 ‘국립공원공단이 운영하는 공원시설을 제공하여 세계잼버리 행사의 원활한 진행에 기여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조직위원회 1~3차 업무협의 결과. (사진=이은주 의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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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제 잼버리 행사에서 스웨덴 국왕과 룩셈부르크 왕자 등 VIP 손님들이 변산반도 생태탐방원에 묵었는지는 국립공원공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공단 측은 “31개 생활관 중 25개소를 7월31일부터 8월12일까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에 후원했을 뿐”이라며 “방 배정도 조직위가 했고 명단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VIP들이 숙소에 묵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후 김 장관의 ‘공짜 숙박’이 논란이 되자 여가부에서는 공단에 숙소 요금 정산을 문의했지만, 공단에서는 애초에 시설을 후원했기 때문에 정산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주 의원은 “처음 협의내용과 달리 행사가 시작되자 김현숙 장관과 조직위 관계자들이 생태탐방원 생활관에 주먹구구식으로 껴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신변위협, 3만원 숙박 등을 운운하는 등 거짓말이 거짓말을 키우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여가부가 이 모든 사실을 처음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명했다면 논란이 이렇게까지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국회에 출석해 잼버리 사태에 국민께 소상히 설명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잼버리 행사 당시 부실한 운영이 논란이 되자 한덕수 총리는 김 장관에 ‘야영장 현장을 지키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신변 위협을 주장하며 잼버리 행사장 밖인 국립공원공단 산하 숙소에 머무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여가부는 해당 숙소가 ‘1박에 2인실 3만원’이라며 저렴한 곳이라고 강조했지만, 숙소 사용료를 내지 않고 공짜로 머무른 것이 추가로 드러나 비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