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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전문점의 배신”…위생상태 심각, ‘제2의 대만 카스테라 악몽?’

이윤화 기자I 2019.07.26 10:15:05

마라탕 음식점·원료공급업체 58.7%가 식품위생법 위반
주방에 기름때 범벅, 유통기한 미표시 제조 업체 수두룩
밀키트·HMR 제품 등 직접 만들어 먹는 구매 수요도 줄어
“급속히 퍼진 위생 문제, 대만 카스테라 사태 재현 가능성"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최근 매운맛 열풍을 일으킨 마라탕 전문점의 불량한 위생상태가 적발되면서 마라탕이 ‘제2의 대만 카스테라 사태’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마라 전문점의 위생문제가 알려지면서 밀키트 형태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인터넷에서 조리법을 보고 직접 만들어 먹는 소비자들도 현저히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리장 내 튀김기주변, 후드, 냉장고 주변을 청소하지 않아 먼지 및 유증기가 찌들어 있는 모습. (사진=식약처)
◇기름때 가득한 주방, 유통기한 미표시…“못 믿을 마라탕”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2일 ‘마라탕’, ‘마라샹궈’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과 원료공급업체 63곳의 위생을 점검한 결과 37곳(58.7%)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번 식약처 조사로 적발된 음식점은 23곳, 원료공급업체는 14곳이었다. ‘신룽푸마라탕’, ‘손오공마라탕’ 등 손님들이 줄을 섰던 마라탕 전문점 중 절반 이상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조리하거나 유통기한이 표시되지 않은 식재료를 유통·사용하고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소재의 마라탕 전문점은 튀김기 등의 기계와 환풍기 등 조리장 시설 전반이 불결한 상태에서 음식을 조리하다 적발됐다. 또 경기 군포시의 한 즉석판매제조업체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마라탕에 들어가는 건두부를 제조하고 제품에 제조연월일조차 표기하지 않은 채 유통했다.

주요 위반 내용은 △영업등록·신고하지 않고 영업(6곳) △수입신고하지 않은 원료나 무표시 제품 사용·판매(13곳) △위생적 취급기준 위반(10곳) △기타 법령위반(8곳) 등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관할 지자체가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실시하고, 3개월 이내에 다시 점검하여 개선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메프에서 게릴라 특가로 판매하고 있는 마라탕 재료 세트. 주군기 마라탕소스, 대화칼국수면, 문봉푸주, 실당면. (사진=위메프)
◇“직접 만들어 먹는다”…전문점에서 밀키트·HMR 제품으로


식약처 조사로 몇몇 업체가 적발되고 행정처분을 받았지만 소비자들은 전수조사를 한 것이 아닌데다가 위생 문제 재발가능성이 있어 전문점을 방문하기 꺼려진다고 말한다.

마라탕 매니아인 대학원생 안소희(28)씨는 “대학원 근처에 위치한 인기 마라탕 업체에 일주일에 2~3일씩을 방문해 식사했는데 이번에 적발된 마라 전문점 리스트에 있어 너무 충격을 받았다”며 “주변 사람들도 마라탕을 먹지 않는 대신 다른 제품을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씨와 같은 소비자들이 늘면서 마라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들 역시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로 마라탕 전문점 위생 조사 실태가 발표된 직후 7월 21일~24일까지 위메프에서 마라탕 재료 등 관련 제품 판매량이 직전 일주일(7월 14일~17일) 대비 40.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5월 위메프에서 마라와 야채, 고기 등을 함께 넣고 끓이는 마라탕 재료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배 이상 급증했고, 마라를 넣고 볶는 마라샹궈 재료도 41배 넘게 판매가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관련 매출이 단기간에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마라탕의 인기는 전문점에서 밀키트, 마라 관련 가정간편식(HMR) 제품으로 빠르게 확대된 만큼 그 여파도 빠르게 확산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면서 “마라탕 전문점의 불량 위생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반짝 유행에 그쳤던 대만 카스테라 인기처럼 많은 점포들이 한 번에 폐점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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