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 신한금융지주 AX디지털부문 상무는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에서 열린 ‘한국신용평가 디지털 파이낸스 컨퍼런스’에서 ‘웹3 시대, 금융의 변화와 혁신’을 주제로 발표자로 나서 은행과 금융지주의 관점에서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따른 금융권의 대응 방향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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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은 이미 개념 검증을 넘어 인프라 경쟁에 들어섰다는 게 김 상무의 진단이다. 실제 JP모건은 자체 디지털자산 결제 인프라 ‘키넥시스(Kinexys)’로 예금토큰을 정산하며 하루 거래 규모 10억달러 이상의 상용화 단계에 올라섰다. 블랙록은 ‘비들(BUIDL)’ 등 토큰화 금융상품으로 실제 시장을 형성해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운용자산이 24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예탁결제기관 DTCC는 50여 개 기관과 함께 토큰화 시장 표준과 산업 공통 인프라를 설계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그룹사가 함께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상무는 △신한은행은 예금토큰, 한국은행 ‘프로젝트 한강’, 스테이블코인(OUSD)을 추진하고 △신한카드는 결제·정산 개념검증(PoC)으로 6대 기술을 검증하는 한편 △신한투자증권은 국채 토큰화, 조각투자, 디지털자산 거래·유통을 준비하고 △신한자산운용은 토큰화 금융상품 ‘K-BUIDL’을 내놓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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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김 상무는 “가치가 있다고 해서 모두 장부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며 “인공지능(AI) 모델, 원시 데이터, 이용자 트래픽처럼 무형의 잠재력이 만드는 ‘가치’와, 회계 기준에 따라 대차대조표에 기록되고 소유권·통제력·신뢰 체계가 뒷받침되는 ‘장부상 자산’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예금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의 차이도 여기서 나온다. 은행이 발행하는 예금토큰은 은행 대차대조표의 부채로 기록돼 은행 장부 안에 있다. 비은행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 대차대조표에 준비자산과 함께 기록돼 은행 장부 밖에 있다. 김 상무는 같은 1원이라도 기록되는 장부가 다르며,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발행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이 참여한 프로젝트 한강은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바꿔 편의점 등 실생활 결제에 쓰고, 기존 민간 디지털 통화를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실증하는 사업이다. 김 상무는 은행의 역할이 ‘예금을 지키는 곳’에서 ‘예금이 흐르게 하는 곳’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생활 결제와 수신 기반이 토큰으로 옮겨가면 유동성·결제 리스크 관리가 새로운 평가 포인트가 된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은행이 가만히 있어도 되는지를 물었다. 서클처럼 발행사가 준비자산과 수익을 독점하는 단일 발행 모델이 있고, 오픈USD처럼 유통 기여도에 따라 역할과 이익을 나누는 컨소시엄형 모델도 있다. 김 상무는 “국내 금융권이 발행·준비자산·유통·정산의 권리를 어떻게 나눌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니라 실물 금융과 디지털 경제를 잇는 새로운 인프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장부의 변화는 돈에서 자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달러 기반 온체인 금융은 토큰화 자산(BUIDL)에서 시작해 준비자산·담보, 결제·수익 레이어까지 확장됐다. 김 상무는 “논의가 돈이 어디에 기록되느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로 다른 장부의 자산과 돈을 어떻게 동시에 주고 받을지로 옮겨가고 있다”며 “수탁을 기점으로 토큰화, 정산, 유통·관리로 이어지는 구간이 새로운 장부와 자산의 신뢰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경계에서 김 상무는 기록됐다고 해서 모든 것이 보이는지를 물었다. 그는 월렛의 역할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다양한 금융 서비스와 외부 생태계를 연결하는 관문(Gateway), 인증·보안·고객 보호 등 금융의 신뢰를 내재화하는 기반(Enabler), 결제·송금·자산관리 같은 핵심 기능이 실행되는 중심(Core)이다. 은행·카드·증권·생활 서비스와 디지털자산이 월렛 하나로 묶인다는 구상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배달 플랫폼 ‘땡겨요’에서 개념검증(PoC)를 통해 배달 결제와 정산 사이의 지연을 구조적으로 확인하고, 정산 기준·시점·정책 주체의 분리와 자동정산 등 후선 절차의 단순화 가능성을 검증했다. 김 상무는 “이 과정에서 기술보다 운영과 제도가 관건이었다”며 “”법·운영 요건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지, 제도·감독 기준을 고려해 확장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엔드투엔드 운영 체계가 타당한지를 실증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마지막 경계는 보이지 않는다면 무엇을 믿을 것인가의 문제다. 김 상무는 신뢰의 주체가 사람에서 플랫폼으로, 다시 AI 에이전트로 옮겨가면서 신뢰를 설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사람의 역할도 판단과 경험, 대면 관계, 문서와 절차로 신뢰를 전달하던 ‘신뢰의 전달자’에서 규칙과 시스템, 데이터와 알고리즘 통제,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를 만드는 ‘신뢰의 설계자’로 바뀐다고 봤다.
신뢰가 이동하면 리스크도 함께 이동한다. 김 상무는 새로 부각되는 리스크를 세 가지로 꼽았다. 담보·준비자산 가치가 실시간으로 변하는 자산 리스크, 스마트컨트랙트와 시스템 자체의 결함 가능성인 기술 리스크, 자동화된 규칙이 사람 대신 판단하고 집행하는 규칙 리스크다. 책임 소재도 복잡해진다. 발행·구조화, 운용, 유통·거래, 수탁, 체인 인프라와 상호운용, 결제·정산, 전자등록, AML·보안, 회계·내부통제 등 역할이 여러 주체로 나뉘면 리스크도 그 사이 어딘가로 옮겨간다. 김 상무는 각 구간을 누가 책임지고 평가할지가 과제라고 짚었다.
담보가 온체인으로 옮겨가면 변화는 더 뚜렷해진다. 담보 확인은 사후에서 실시간으로, 평가는 주기적에서 상시로, 청산은 사람의 판단에서 규칙에 의한 집행으로 바뀐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그 규칙을 믿을 수 있는지, 누가 검증하는지다. 김 상무는 앞으로 평가해야 할 대상으로 담보가치의 변동성, 청산 규칙의 신뢰성, 스마트컨트랙트의 운영 리스크를 제시했다.
김 상무는 결론적으로 이들 세 개의 경계를 ‘기록→인식→판단’으로 정리하며 ”장부의 경계에서는 무엇을 기록할지를 두고 안과 밖의 경계가 넓어지고 정보의 경계에서는 무엇까지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보이는 것의 경계가 허물어진다“고 했다. 이어 ”신뢰의 경계에서는 무엇을 믿을지를 두고 믿음의 주체를 가르던 경계가 사라진다“며 ”이 세 경계가 바뀌면 평가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상무는 은행은 사라지지 않고, 보이지 않게 그러나 언제나 곁에 있는 ‘Invisible, Everywhere Bank’가 될 것이라며 재차 강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