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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씨는 2021년 5월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 ‘다부스(DABUS)’가 지식을 학습한 뒤 프랙털(부분의 구조가 전체의 구조를 반복하는 형태) 구조의 식품 용기와 신경 동작을 모방해 주의를 끄는 램프 장치 등 2가지를 스스로 발명했다고 주장하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6개국에 국제특허를 출원했다.
테일러씨는 특허출원 성명란에 본인이 아닌 인공지능 명칭 ‘다부스’를 기재했다. 우리나라 특허법은 ‘자연인’만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어 회사를 비롯한 법인, 장치 등은 발명자가 될 수 없다. 판례에서도 발명자로서 자연인만을 인정하고 AI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특허청은 양식에 맞지 않다며 보정 요구를 했으나 테일러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특허청은 작년 9월 특허 출원자를 ‘발명을 한 사람 또는 그 승계인’으로 규정한 특허법 조항(제33조 1항)을 근거로 무효 처분을 내렸다.
테일러씨는 작년 12월 특허청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테일러씨 측은 특허법상 발명자를 자연인으로 제한한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국제 특허 출원을 기반으로 서류를 제출했기 때문에 실체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연인으로 제한하는 규정들은 AI 발명을 예상하지 않았던 규정이고, 기술 발전에도 부합하지 않고 실질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했다.
특허청은 자연인만 발명가로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정적으로 타당한 결정이라 반박했다. 특허청 측은 “AI에 독점권을 줘야 한다는 법률 근거가 없는 이상 입법 취지에 반한다”면서 “특허법 개정(2014년)을 통해 특허권자를 발명한 사람으로 개정했고 발명은 자연인만 된다고 사람으로 제한했다”고 했다.
재판부도 특허법상 발명자는 발명한 사람으로 표시돼 있고 자연인을 의미하는 게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허법상 발명자에게는 특허 권리가 부여된다”며 “AI는 물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 독자적인 권리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준의 AI가 특허에 대한 법적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자율성이 발달되지 않아 인정하기 어렵단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다보스 발명에는 상당 부분 인간이 기여한 부분도 확인됐다”며 “AI를 발명자로 허용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 또는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16개국 가운데 남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AI를 발명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특허청의 특허 출원 무효 처분은 적법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