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내 돈 언제 줘요?" 가지급금 첫날 대혼란

송이라 기자I 2011.09.22 16:44:59

번호표 받기위해 밤샘 대기행렬..신청자 폭주로 서버 다운되기도
정상영업 토마토2 대기인도 1000명..9월말에나 돈 찾을 수 있어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 고객들에게 가지급금이 지급된 첫날인 22일 해당 저축은행과 지급대행을 맡은 인근 은행 창구엔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전날 밤부터 번호표를 받기 위해 밤샘 대기행렬이 이어진데다, 신청자 폭주로 전산망이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지면서 가지급금 지급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날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프라임저축은행 본점 앞. 오전 6시 반부터 가지급 번호표가 배포되면서 이미 172번이 넘어가고 있었다. 저축은행 직원들은 “오늘 분은 이미 모두 소진됐다”며 “하루에 150번까지만 처리할 수 있으니 내일 방문하거나 인근 시중은행 영업점으로 가라”고 안내했다.
 
상황은 영업정지된 다른 저축은행들도 마찬가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제일2저축은행 강남지점엔 10여명의 고객들이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60대의 한 여성고객은 “새벽 5시부터 작심하고 와서 기다렸다”며 “번호표만 받고 집에 갔다가 가지급금 신청을 받는 9시에 다시 나왔다”고 설명했다. 가지급금 신청을 마친 그는 “왔다갔다 해서 불편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돈 찾고 털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가지급금을 받으려면 해당 저축은행이나 인근에 위치한 농협·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또는 예금보험공사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된다. 이후 본인이 소지한 시중은행 통장으로 이르면 당일, 늦어도 나흘 후에는 입금된다.
 
하지만 이날 가지급금 지급이 시작된지 1시간여가 지난 오전 10시30분부터 20분가량 신청 서버가 완전 마비됐다. 수많은 신청자들이 동시에 접속하면서 예금보험공사와 연결된 부가가치통신망(VAN)에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보를 통한 인터넷 신청은 물론 이를 대행하는 6개 시중은행들도 가지급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큰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 오전 10시50분쯤 VAN은 정상화됐지만 예보 가지급금 사이트에 신청자가 계속 몰리면서 정오가 넘어서야 작업이 정상화됐다. 예보의 서버 용량은 1기가바이트로 한 번에 5만 명씩 동시처리가 가능하다.
 
예보는 서버가 마비되자 “농협의 전산 장애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나, 농협과 예보를 연결해주는 전산망인 VAN이 오류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오전 5시30분즘 지점을 찾았다는 한 50대 여성은 “잠도 못자고 나와서 번호표를 받았는데 갑자기 서버가 다운되면 일찍나온 게 무슨 소용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급대행 은행인 인근 우리은행 논현중앙지점 역시 40여명이 넘는 대기 고객들로 북적였다. 70대의 한 노인은 “저축은행에서 이 곳으로 보면 금방 처리될 것처럼 안내해서 와봤더니 이곳도 대기인이 수십명”이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은 돈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은행 직원은 “14번까지 처리되다가 갑자기 서버가 다운돼 업무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며 “언제 다시 복구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고객들은 `서버가 복구되면 전화드리겠다`는 약속을 받은 뒤에야 발걸음을 돌렸다.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은 토마토2저축은행도 중도해지를 희망하는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토마토2저축은행 선릉지점엔 중도해지를 원하는 대기인원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이날 번호표를 받은 고객은 8일 후인 9월30일이나 돼야 처리가 가능하다. 저축은행 직원들은 임시 강당까지 마련, `토마토2저축은행은 안전하다`고 일일이 설명했지만 불안한 고객 마음을 잡기엔 역부족인 듯 했다.
 
40대의 한 여성고객은 “버젓이 정상영업한다고 얘기하면서 내 돈을 찾는데 왜 일주일이 넘게 기다려야 하냐”며 “돈은 늦게 줘도 되니 중도해지 처리만이라도 빨리 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부 노인 고개들은 본인의 통장이 `토마토저축은행`인지 `토마토2저축은행`인지 몰라 직원에게 확인을 부탁하는 광경도 연출됐다.
 
저축은행 직원은 “토마토2저축은행 간판에서 로마자 `Ⅱ`가 너무 작아 고객들이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본인이 어느 저축은행에 가입한지 몰라 찾아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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