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290만명 연체기록 이르면 3월 삭제…중복 사면 등 논란 여전(종합)

송주오 기자I 2024.01.15 11:00:00

금융당국·금융권, 신용회복 지원 협약식 개최
"전액 상환 차주 대상, 채무변제 독려 효과 기대"
3년 만에 재시행에 중복 사면 지적…파악 조차 안돼
원금 등록 신정원·원리금 등록 CB…기준 제각각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2000만원 이하를 연체한 서민·소상공인 중 최대 290만명의 연체기록이 삭제된다. 이들은 평균 신용점수 39점이 상승해 대출조건 개선, 신용카드 발급 등 금융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연체기록 삭제를 위한 시스템 정비 기간을 고려하면 이르면 3월초부터 신용회복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2021년에 이어 신용회복이 재추진되면서 중복 사면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에게 힘이 되는 신용사면 민·당·정 협의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사진=연합뉴스)
◇“비정상적 환경 탓…재기 기회 드려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개최된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 지원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했다.

이번 협약식은 지난 11일 민·당·정 정책협의회에서 금융권의 적극적인 신용회복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이후 실제 신용회복 지원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개최됐다. 전 금융권은 코로나19 신용회복 지원의 연장선상에서 소액연체자 중 연체금액을 전액상환한 경우 연체이력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활용을 제한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이례적인 고금리·고물가의 지속 등 예외적인 경제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연체돼 금융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이 현재 290만명이 넘으며 개인적인 사정 외에 비정상적인 외부환경 때문에 연체에 빠진 분들에게 우리 사회가 재기의 기회를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신용회복 지원에 따라 최대 290만명이 연체기록 삭제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서민·소상공인들이 하루라도 빨리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전산개발 등 신속한 시행을 당부했다”고 부연했다.

이 원장도 “이번 신용회복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서민 및 소상공인들의 정상적인 금융생활 복귀를 돕고, 전액 상환한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채무변제를 독려하는 효과도 기대된다”며 “금융권이 서민과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나선 만큼 금감원도 차질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중복 사면·형평성 우려 높아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3월초부터 신용회복 시스템이 가동된다. 지난해 말 기준 2000만원 이하 소액 연체금을 전액상환한 차주는 250만명이다. 이들은 신용회복 시스템 가동 직후 연체기록 삭제 등의 지원을 바로 받을 수 있다. 나머지 40만명은 오는 5월까지 연체금액을 전액상환하면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연체 발생자 중 98%가량이 2000만원 이하라고 설명했다. 이번 신용사면에서 기준선이 2000만원으로 설정된 배경이다.

다만 신용사면과 관련해 중복 사면 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용사면 대상자들의 기간이 2021년 9월부터 이달 말일까지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1년 8월 약 220만명을 대상으로 신용사면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신용사면은 당시의 기준을 준용했다.

하지만 사면 대상자 기간이 이어지면서 중복 사면 대상자도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다. 2021년 사면을 받은 차주가 신규 대출을 받은 뒤 다시 연체를 하고 전액상환했다면 이번 신용사면 대상자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중복 사면 대상자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파악이 안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고 연체자들이 많이 증가했다”며 “비정상적인 경제 상황 속에서 예외적으로 기회를 한 번 더 드리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형평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사면 대상자는 신용정보위원회와 신용평가사(CB)에 등록된 연체금액을 기준으로 선정한다. 그런데 대출 원금을 등록하게 하는 신정원과 달리 CB사는 이자까지 포함한 원리금을 등록하고 있다. 이런 탓에 한 곳에서라도 연체금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구조다. 예컨대 신정원에는 1900만원 등록돼 있는 차주가 CB사에는 2100만원으로 등록돼 있으면 사면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처분 가능한 자산이 있는 연체 차주를 지원대상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소액 연체하는 대부분은 서민·자영업자”라며 “일부 그런 분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분들을 골라내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