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놓고 전국민에 지급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과 80%로 제한해야 한다는 정부의 충돌이 계속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며 방역 전선이 위태로운 가운데 당정이 충돌하는 것은 이롭지 않은데다 유력 대권주자간 의견도 서로 엇갈려 혼란스럽다. 다만 현재 국회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논의 중인 만큼 섣불리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
민주당은 애초 정부와 합의했던 ‘80% 지급’ 대신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당론으로 확정한 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소득 하위 80%에 지급하는 안은 선별 기준이 모호하고 형평성의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소득 상위 20%를 배제해선 안되며 필요할 경우 추경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
여권 대선주자들의 의견도 갈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국민 지급’을,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당정이 합의한 ‘80% 지급’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지사는 “국가가 빚지지 않으면 국민이 빚져야 한다. 대외부채가 아닌 관리가능한 적정규모 국가부채보다 파산해야 하는 개인부채가 더 위험하다”며 “(정부는)집권여당의 방침대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전 대표는 “당정이 최종적인 조정안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당정이 합의했던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당정청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해야 한다. 매주 당정청 회의를 하는데 거기서 결판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난지원금 소득 하위 80% 지급을 사수하며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이 전국민 지급을 당론으로 정하고 경제부총리 해임안까지 거론하며 압박하고, 야당은 취약계층을 더 지원해야 하는 방식으로 추경안을 다시짜야 한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여야 양쪽에서 모두 공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홍 부총리는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추경안 증액과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한다는 의원들의 요구에 소득 하위 80%를 선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지키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16일 열린 기재위 전체회의에서도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급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특히 정일영 민주당 의원이 “국회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결정하면 따르지 않겠나”라 말하자 홍 부총리는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맞섰다.
홍 부총리는 “재정운용에 있어서 모든 사람한테 준다는 것은 그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기초생계급여를 요건에 맞는 사람에게만 드리듯이 지원금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드리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질의 과정에서 이같이 답했다.
일각에서는 국회에서 ‘전국민 지급’을 결정할 경우 홍 부총리가 다시 사의를 표명하며 배수진을 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국회의 반대에 부딪히자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
당정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가운데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에서 국회로 넘어간 추경안 처리와 관련해 청와대가 의견을 내놓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 당정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면 ‘가이드라인 제시’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야가 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한 23일이 계속 다가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당정이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갈등하자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되, 소득 상위계층의 자발적 기부를 유도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대통령의 별도 지시는 없으나 국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아 추후 조율이 필요하다면 관련해 어떤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