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양궁 세계 최강으로 이끈 정의선 리더십 ‘집중 조명’

박민 기자I 2024.08.19 13:43:53

파리올림픽서 금메달 휩쓴 한국 양궁
양궁협회 이끄는 정의선 리더십도 주목
대담성·혁신성·포용성..리더십 3대 핵심
“국내 스포츠단체 중 가장 안정·투명” 평가

[이데일리 박민 기자] 한국 양궁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전 종목 금메달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면서 대한양궁협회를 이끌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경영 리더십도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 중 한 명인 정 회장은 특유의 기업 경영 방식을 양궁에도 접목해 한국 양궁이 새로운 역사를 쓰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일 파리 앵발리드에 있는 연습장을 찾아 김문정 여자 양궁 대표팀 코치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대한양궁협회)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인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지난 2005년에 대한양궁협회 회장에 올라 올해로 20년째 한국 양궁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글로벌 스포츠 환경 변화에 혁신적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양궁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를 달성하고, 비인기 종목임에도 대중적 신뢰와 폭넓은 지지를 받고 양궁인들과 소통과 신뢰를 강화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스포츠계는 분석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일 파리 앵발리드에 있는 연습장을 찾아 양창훈(사진 왼쪽) 여자 양궁 대표팀 감독, 장영술(사진 오른쪽) 대한양궁협회 부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한양궁협회)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 1일 파리 앵발리드에 있는 연습장을 찾아 대한민국 양궁 대표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를 격려하고 있다.(사진=대한양궁협회)
재계와 스포츠계에선 정 회장 리더십의 핵심을 대담성과 혁신성, 포용성 등 크게 3가지로 꼽고 있다. 우선 정 회장의 대담성은 한국 양궁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발전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단기적 리스크를 감내하는 등의 ‘담대한 행보’를 보여 왔다는 점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수 선발과 함께 협회에 체계적인 시스템을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 점이 대표적인 성과다. 이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장기적으로 ‘최강’의 지위를 유지하고 성장시켜나갈 수 있다는 정 회장의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양궁협회에서는 지연이나 학연과 같은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불공정한 선수 발탁은 이뤄지지 않았다. 과거 성적은 배제되고 철저하게 현재의 실력으로 승부를 가리는 경쟁을 통해서만 국가대표가 선정된다. 파리 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을 차지한 김우진은 ‘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를 묻는 외국 취재진의 질문에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공정하고 깨끗한 양궁협회,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지원해 주는 정의선 회장”이라 답하기도 했다.

파리대회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치르고 있는 양궁 선수들. 한국 양궁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치열한 3차례의 선발전과 2차례의 평가전을 거쳐야 한다.(사진=대한양궁협회)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지난달 29일 파리 대회에서 홈팀 프랑스와의 결승전을 앞둔 남자 양궁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의선 회장, 김우진 선수, 이우석 선수, 김제덕 선수
정 회장이 새로운 시각과 혁신적 전략을 통해 글로벌 스포츠 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혁신성’을 강조해 온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일례로 정 회장은 ‘2012 런던 올림픽’ 직후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양궁 훈련과 장비 등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 ‘세계 최강 궁사’의 실력에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R&D 기술을 적용하면 장비 품질과 성능이 좀 더 완벽해지고 정신력 강화 같은 경기 외적인 변수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즉시 현대차·기아 연구개발센터를 주축으로 다양한 기술 지원방안을 추진했고, ‘2016 리우 올림픽’ 때부터 새로운 훈련 장비와 기술들이 적용됐다. 현대차그룹은 파리 올림픽에서도 개인 훈련을 도와주는 로봇을 비롯해 기존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장비 등을 지원했다.

이와 함께 실전에서 겪을 다양한 상황을 사전에 파악해 새로운 기술과 훈련법을 도입했다. 소음 속에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야구장·축구장 훈련과 실제 경기장을 재현한 연습 경기장에서 실전처럼 활을 쏘는 한국 양궁의 대표적 훈련 방식도 이런 과정에서 탄생했다. 도쿄 올림픽 때부터는 양궁 경기에 ‘심박수 중계’가 등장하자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 정보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많은 관중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축구장에서 소음훈련을 하고 있는 임시현 국가대표 선수.(사진=대한양궁협회)
파리 센강의 거센 강바람에 대비하게 위해 비슷한 환경의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서 환경적응 훈련을 하고 있는 대표선수들.(사진=대한양궁협회)
또한 선수를 비롯한 양궁인들과의 사려 깊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조직 내 소속감 형성과 신뢰 구축한 ‘포용성’도 정 회장의 리더십 핵심 요소로 꼽힌다. 현장을 중시하는 정 회장은 주요 국제대회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양궁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고 격려하기로 유명하다. 지난 2005년 양궁협회장 취임 이후 주요 국제대회는 모두 참석했을 정도다.

이번 파리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후 언론 인터뷰에서 남녀 선수들은 한결같이 정의선 회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파리 올림픽 양궁 3관왕인 임시현은 경기 후 소감에서 “많은 지원을 해 주셨기에 저희가 보다 좋은 환경에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며 정 회장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김우진 선수도 “정의선 회장님이 머리는 비우고 시합을 즐기라고 하셨다”며 시합에서 긴장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데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파리대회 양궁 여자개인 시상식 직후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이 남수현, 전훈영, 임시현(사진 왼쪽부터) 선수들을 축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 회장은 평소에도 종종 양궁 선수들과 만나 격의 없이 식사를 함께하며 소통하고 블루투스 스피커, 태블릿PC, 마사지건, 카메라, 책 등을 선물하기도 했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정의선 회장 특유의 리더십에 수차례 감동했다”며 “정의선 회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내가 업혀간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양궁협회와 국가대표 선수단이 정의선 회장의 꼼꼼한 준비와 정성 덕분에 성적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양궁협회는 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체계적 관리, 신뢰 구축 등으로 국내 스포츠단에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2021년 아시아양궁연맹 총회에서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으로 다섯번 연속 선임된 후 아시아 각국의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국제 스포츠 외교도 주도하며 세계 양궁 선진화 및 한국 양궁의 영향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사진=대한양궁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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