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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개방 뒤 산재 15배 늘었다”…대통령실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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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I 2025.09.16 07:58:42

與 김주영 의원·채준호 교수, 발전사 하청 산재 공개
공공부문 민간 개방 정책 후유증, 위험의 외주화 심각
‘민간 개방·안전 강화’ 충돌되는 새정부 정책 추진 우려
학계 “기재부 예산·경평 방식 바꿔 공공성부터 챙겨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공공부문에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전력시장을 개방한 이후 산업재해가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부문 민영화로 인한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로 불합리한 원하청이 확산되고 노동 환경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새정부는 전력시장을 추가 개방하면서 안전관리도 강화하는 방침을 밝혔는데, 공공부문 현장에서는 민간 개방과 안전 강화가 서로 충돌하는, 모순된 정책 설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이윤보다는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도록 기획재정부의 예산 설계, 경영평가 방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예방태스크포스(TF), 내일의 공공과 에너지·노동을 생각하는 의원 모임,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한전KPS노동조합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발전정비산업의 공공성 강화 전략’을 논의했다. (사진=최훈길 기자)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발전정비산업의 공공성 강화 전략’ 토론회에서 “위험의 외주화로 산업재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공공부문인 한전 KPS와 민간 부문 협력사의 산재 발생 건수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며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검토한 ‘발전 자회사 및 협력업체 재해자 현황’을 공개했다.

채 교수에 따르면 안전관리 강화 취지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된 후인 2020~2024년 산재 사망 건수를 비교한 결과, 한전KPS는 1건이었으나 민간 협력사는 4건이었다. 같은 기간에 사망 이외의 산재 건수는 민간 협력사가 471건에 달해 한전KPS(31건)보다 15배 넘게 많았다.

채 교수는 “효율성을 명분으로 추진된 민간 개방이 기대와 달리 고용 불안, 기술력 저하, 정비서비스 품질 악화 등의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1994년 한전KPS(051600) 파업 사태로 공공부문 개혁을 벼르던 정부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인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후 한전이 독점하던 전력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착수됐다. 발전소 정비 관련해서도 2003년 민간 개방 이후 발전정비산업 경쟁도입 1단계(2013~2017년), 발전정비산업 경쟁도입 2단계(2018~2022) 조치가 진행됐다.

(자료=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과 교수)
(자료=채준호 전북대 경영학과 교수)
이재명정부도 심판과 선수를 동시에 맡고 있는 전력부문 독점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민간 개방과 시장 경쟁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전 공기업만 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 시대에는 전혀 다른 역할이 요구될 수 있다”며 “지금 한전과 발전 자회사 체계가 그대로 맞는지, ‘플레이어와 심판을 동시에 맡고 있다’는 지적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관계부처는 이같은 시장 경쟁 활성화와 전력 부문 민간 개방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특히 태양광,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 국면에서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공부문 현장에서는 이같은 공공부문 민간 개방이 당초 정책 목표에서 벗어나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 산재의 원인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민간 개방 이후 구조적 후유증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채 교수는 “공공부문의 민간 개방 확대, 경쟁 체제 도입이 다단계 하청과 위험의 외주화라는 당초 정책 목표와 반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지금은 공공부문의 민간 개방이 정말 옳은 방향인지 냉철하게 따져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새정부는 협력업체에서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원청에도 책임을 묻고 공공기관장 해임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발주처인 발전공기업이 인력 보강과 예산 투입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기재부 구조에서는 발전공기업이 이같은 조치를 수월하게 하기 힘들다는 게 현장 입장이다. 이때문에 기재부의 예산 지원, 공공기관 경영평가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제기됐다.

(자료=채준호 전북대 경영학과 교수)
박근태 한전KPS노조 사무처장은 “발전5사(원청) 발전설비 정비를 수행하는 한전KPS는 공공기관으로 정부로부터 예산과 정원을 통제 받는 한계가 있다”며 “이때문에 원청의 정비물량을 자체 정규직 인력만으로 수행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 사무처장은 “대통령이 기관장 처벌을 언급했지만 인력과 예산 충원, 지역별 채용 도입 같은 사고 예방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안전 강화를 위해 투입되는 예산과 인력은 평가 지표에서 예외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안전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현재 30분으로 촉박하게 규정된 전력계통 병입시간(발전 설비가 전력망에 연결돼 전력을 공급하는 시간)에 대해 기재부, 전력거래소 협의 등을 거쳐 1시간으로 늘리는 등 예산 확대 없이도 안전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경영평가 제도 개선부터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산재를 줄이기 위해선 정부의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전력계통 병입시간 조정 같은 실현 가능한 제도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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