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간부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20비) 여성 부사관 사건과 관련, 군 당국의 최종 수사 결과를 앞두고 유족 측이 군 당국을 작심 비판했다. 유족은 이 중사의 실명(이예람)과 얼굴을 공개하며 특별검사(특검)를 도입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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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이어 “군의 보강 수사를 믿을 수 없고, 특검으로 재수사해야 한다”며 “자식 잃은 국민의 한 사람을 위해 여야 합의로 특검 도입을 결단해 달라. 부모들이 마음 놓고 군을 믿고 선택할 수 있게 하려면 이 사건이 이대로 묻혀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우리 딸을 누가 죽였는지 알고 있다”며 딸의 사진과 함께 이름을 공개했다. 그는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면서라도 호소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면서 “할 수 있는 최후의 것들을 전부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씨는 군 당국의 최종 수사 결과를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부실수사를 한 이들이 왜 불기소 처분 권고를 받아야 하느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앞서 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7일 ‘부실수사’ 의혹이 불거진 관련자들에 불기소 처분 권고를 내린 바 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근 군 내 가혹행위를 다뤄 화제가 된 넷플릭스 드라마 ‘D.P.’로 재조명된 ‘제28보병사단 의무명 살인사건(윤 일병 사건)’의 어머니 A씨도 참석해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어떻게든 숨기고, 무마해보려는 군의 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가도 바뀌는 것이 없구나 생각에 화가 치민다”고 거들었다.
A씨는 “군이 잘못한 일은 군에 수사를 맡겨선 안 된다”며 “특검을 도입해서, 공정하게 수사해 끝까지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국방부가 수사를 망친 후 제기된 의혹을 피의자 개인의 일탈로 간주해 모두 빠져나갈 수 있게끔 만들어 줬다”며 “사건 초기부터 군 수뇌부와 법무·수사라인이 모두 개입된 사건을 국방부에 맡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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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이 중사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군에 신고하고, 자발적으로 부대까지 전속 요청도 했지만, 군의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 속에서 제대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후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국방부가 ‘허위 보고’를 묵살했다는 정황 등 사건을 은폐하려고 하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부실수사’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 7월 이 중사에게 2차 가해와 보복 협박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사가 국방부 수감시설 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부실수사’ 의혹이 불거진 관련자들에겐 불기소 처분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8월 열린 제7차 회의에서 부실수사 혐의로 입건된 20비 군사경찰대대장과 20비 수사계장에 불기소하도록 권고했다. 지난 7일 열린 제9차 회의에서는 공군 법무실장 등 3명 전원을 불기소 처분을 의결했다.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군수사심의위 의결 내용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국방부 검찰단이 대체로 수사심의위 의견을 따르고 있어 전원 형사처벌은 받지 않고 대신 내부 징계만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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