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화, 니콜라 주식 당분간 손절매 못해…손실 불가피

박종오 기자I 2020.09.25 11:01:30

한화, 니콜라 지분 5.8% 11월 말까지 '보호예수'
니콜라 주가 하락에 한화도 손실 불가피
살제 투자액 대비로는 여전히 이익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한화그룹이 사기 의혹이 불거진 미국 수소 트럭 업체 니콜라에 투자한 주식을 당분간 손절매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1월까지 주식 매매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한화 측은 “니콜라와 협력 관계를 고려해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주식을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처지인 것이다. 니콜라 주가 급락에 따라 한화그룹 계열사들도 연내 대규모 평가 손실을 볼 전망이다.

◇한화, 니콜라 지분 5.8% 11월말까지 못 팔아

그래픽=이미나 기자


27일 한화그룹이 설립한 미국 법인인 그린니콜라홀딩스LCC(이하 그린니콜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5% 이상 지분 보유 공시 보고서를 보면 그린니콜라가 보유한 니콜라 주식은 올해 11월 29일까지 의무 ‘보호 예수(Lock-up)’가 걸려 있다.

보호 예수는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대주주 등의 지분 거래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것이다. 그린니콜라가 보유한 니콜라 주식은 올해 6월 3일부터 180일간 매매가 제한된다. 올해 11월 30일부터 처분이 가능한 셈이다.

그린니콜라는 한화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미국에 공동 설립한 합작 회사다. 니콜라 주식 5.84%(2213만385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린니콜라는 앞서 2018년 11월 니콜라 우선주 1164만1444주를 1억4달러에 매입했다. 이 우선주는 비상장 회사인 니콜라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인 벡토IQ(VectoIQ)에 합병돼 상장하기 직전 니콜라의 보통주로 전환됐다.

스팩은 비상장사를 합병해 우회 상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다. 벡토IQ는 합병 과정에서 니콜라 주주들이 가진 주식을 전부 넘겨받아 소각하고 니콜라 1주당 벡토IQ 신주 1.901주를 발행해 줬다. 이후 벡토IQ의 회사 이름을 니콜라로 바꿨다.

이로 인해 한화가 보유한 니콜라 주식 수가 2213만385주로 니콜라 상장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한화의 니콜라 지분율은 상장 당시 6.1%에서 현재 5.84%로 내려갔다. 니콜라 상장 후 다른 투자자들이 신주인수권(워런트)을 행사하며 니콜라의 전체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니콜라 주가 뛰자 2분기 대규모 이익 반영

미국 수소 트럭 제조 업체 니콜라의 트럭 ‘니콜라 투’ (사진=니콜라)


한화그룹은 그동안 니콜라 상장과 주가 상승의 수혜를 톡톡히 봤다.

니콜라 주식을 직접 보유한 그린니콜라는 올해 상반기에만 당기순이익 647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4일 나스닥에 상장한 니콜라 주가가 치솟으며 그린니콜라도 투자 주식의 대규모 평가 차익을 얻은 것이다.

니콜라 주가는 상장 첫날 33.75달러(이하 종가 기준)에 불과했지만 닷새 만에 79.73달러로 2배 넘게 뛰는 등 고공 행진했다.

한화그룹의 국내 계열사들도 혜택을 입었다. 지분법 이익 때문이다. 지분법 이익이란 모회사가 지분 20~50%를 가진 자회사의 당기순이익을 보유 지분율만큼 모회사의 이익(영업 외 이익)으로 반영하는 것이다.

그린니콜라 지분 절반가량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는 올해 2분기 니콜라 투자에 따른 지분법 이익 3854억원을 반영했다. 대규모 지분법 이익 발생에 따라 회사의 올 2분기 당기순이익(3556억원)은 작년 2분기(66억원)보다 5288% 증가했다.

특히 한화그룹의 상장사 한화솔루션(009830)은 니콜라 주가 상승의 대표 수혜주로 꼽혔다. 한화솔루션은 그린니콜라 지분 절반을 가진 한화종합화학의 최대 주주다.

한화솔루션이 수혜주가 된 것은 그린니콜라의 대규모 주식 평가 차익이 한화종합화학, 한화솔루션, (주)한화에도 자회사 지분율만큼 영업 외 이익에 추가되는 구조여서다.

실제로 한화솔루션의 지난 2분기 당기순이익은 1473억원으로 작년 2분기(230억원) 대비 540% 늘었다. 지분법 이익이 지난해 2분기 318억원에서 올해 1232억원으로 불어난 영향이다.

◇니콜라 사기 의혹·주가 하락에 한화도 손실 불가피

트레버 밀턴 니콜라 창업자 겸 회장. 그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앞으로 한화그룹 계열사들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니콜라 주가가 폭락하며 대규모 평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니콜라 주식을 직접 보유한 그린니콜라의 투자 손실이 지배구조를 타고 한화그룹의 상위 회사에도 반영될 것이란 얘기다. 최병철 창원대 세무학과 교수(회계사)는 “모회사의 지분율이 20% 이상인 자회사가 순손실을 내면 모회사도 보유 지분율만큼 지분법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니콜라 주가는 지난 10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힌덴부르크 리서치’가 “니콜라는 사기 업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한 뒤 연일 급락세다. 10일 주가는 하루 전보다 11.33% 하락한 37.57달러에 마감했다.

이달 23일에도 니콜라 주가는 전날 대비 25.82% 폭락한 21.15달러에 장을 마쳤다. 니콜라와 협력사 간 수소 충전소 건설 논의 중단 소식 때문이다. 24일에도 9.69% 급락해 19.10달러로 주저앉았다. 이는 상장일 종가보다 43.4% 낮은 수준이다.

다만 한화그룹 계열사가 반영하는 것은 회계상의 손실일 뿐 실제 회사의 재무 상황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니콜라 주식을 1주당 4.5달러에 사들였다. 현재 니콜라 주가 수준을 고려해도 여전히 투자로 이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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