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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캐나다, 유럽, 이란 관련 국가들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를 위협했지만 실제로 이를 집행하지는 않은 전례가 있어, 이번 발언 역시 협상 압박용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발언의 배경에는 한·미가 지난해 11월 14일 발표한 관세·안보 관련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를 둘러싼 국회 비준 논란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해당 팩트시트를 국가 간 조약이 아닌 양해각서(MOU)로 규정하며 국회 비준 동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규모 대미 투자와 관세 조정이 포함된 만큼 실질적으로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수반하는 합의라며 헌법에 따라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헌법 60조 1항은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대해 국회의 비준 동의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등은 모두 국회 비준을 거쳤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예산안 분석보고서에서 “관세 협상 결과에 따른 대미 투자 규모는 향후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양국 간 양해각서 또는 협정 체결 시 관련 법령에 따라 국회의 비준 동의를 거쳐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구속력 없는 MOU를 국회에서 비준할 경우 오히려 한국이 스스로 협상 유연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협상이 수시로 조건이 바뀌는 이른바 ‘포에버 협상’ 성격을 띠고 있고,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 관세의 적법성을 심리 중인 점도 변수로 꼽힌다. 국회가 비준을 할 경우 향후 미국 정치 상황이나 정책 기조가 바뀌더라도 한국은 합의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후 정부는 여당과 함께 비준 논란과는 별도로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해 특별법을 추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26일 대미 투자 특별기금 신설과 운용 주체, 재원 조달 방식, 송금 절차 등을 담은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했다. 구속력이 강한 비준 대신 특별법으로 유연성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은 이날 본지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인상 위협은 최근 체결된 한·미 무역 협정을 승인하도록 한국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실제로 이 위협을 실행에 옮길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이를 가볍게 넘기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중요한 점은 한국이 국회 입법 승인이 필요 없는 합의 내용부터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성실한 이행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애덤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연초 본지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합의 이후 실제 집행은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 정도 규모의 숫자는 협상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경제적으로 반드시 필요해서 도출된 최적의 해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합의한 숫자와 실제 집행 사이에는 의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포센 소장은 “이미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숫자에 매여 이를 경직적으로 집행하는 것”이라며 “집행을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치 일정에 맞추는 순간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의가 끝났다고 해서 투자를 서둘러 집행할 이유는 없다”며 “연차별로 나누고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 환경과 정책 기조는 수년 단위로 바뀐다”며 “시간을 분산시키는 것 자체가 강력한 리스크 관리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