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경쟁력 확보하려면…투자액 직접환급 '한국판 IRA' 시급

김소연 기자I 2025.09.23 08:52:53

K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회 토론회
"직접환급형 세액공제가 단순 보조금보다 효과적"
열위 놓인 K배터리, 파격적인 정책지원 절실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미국과 유럽은 배터리 산업에 현금성 지원 등으로 강력한 인센티브를 도입하고 중국은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국가간 경쟁으로 격화한 배터리 산업에서 한국은 세액공제 직접환급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와 K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 경쟁국 정책지원 사례를 바탕으로 세액공제 직접환급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정책 설계시 고려사항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개회사에서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기업들은 적자 누적, 세액공제 실효성 부족, 제도적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 여력을 점점 잃고 있다”며 “국가전략기술에 대해 직접환급이나 제3자 양도제도가 도입된다면, 기업이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마련하고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배터리 생산공정 내부 시설(사진=LG에너지솔루션)
첫 번째 발제를 맡은 LG경영연구원 김세호 수석연구위원은 기술 리더십으로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온 K배터리 산업이 중국의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경쟁 심화로 도전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NEV 보조금’, ‘산업제한 및 우대 목록’ 등으로 한국의 수십 배에 달하는 정부보조금 지급을 통해 자국 기업이 원자재를 저가로 수급하고, 대량설비를 구축하도록 지원해 공급망 안정성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전기 배터리 분야 과학논문 발표 건수 및 품질에서도 선두를 달리는 등 기술혁신 리더십도 놓치지 않고 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배터리 산업의 경쟁은 기업 경쟁에서 국가 시스템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변모했다”며 “한국은 경쟁국 대비 비싼 전력요금과 자원부족 등으로 기업의 생산환경이 구조적으로 열위에 놓여있고,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수요를 견인할 보조금 정책도 부족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배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정책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세액 혜택 실효성 강화 △정책 금융 확충 및 대상 확대 △국가 연구개발(R&D) 투자 강화 △배터리 사업 인프라 확충 △배터리 수요산업 활성화 등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법무법인 율촌의 안정혜 변호사는 국가 간 배터리 생산시설 및 공급망 내재화 경쟁이 심화하고 있고, 기업에는 큰 초기 투자 비용과 높은 원자재 가격 변동성, 인건비·전력비·토지환경 규제 비용 등의 간접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직접환급형 세액공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안 변호사는 “미국·캐나다·EU·중국 등 다수 국가가 유사 제도를 이미 운용 중”이라며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대규모감세법안(OBBBA)으로 이어진 45X 생산세액공제에 따라 배터리 제조업체가 생산 및 판매 실적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공제액이 세금액을 초과할 경우 현금으로 환급받거나 공제 크레딧을 제3자에게 양도 가능하게 하는 제도를 운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직접환급형 세액공제는 단순보조금보다 훨씬 효과적인 제도로 기업은 투자 계획 수립 시 명확한 투자자본수익률(ROI) 계산을 통해 장기계약에 기반한 투자유치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기획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안 변호사는 “정부도 기업의 생산·투자 등 일정 조건 충족 시에만 환급하면 되기 때문에 단순보조금보다 높은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실적 발생 이후 환급되므로 선지급 형태인 보조금보다 재정 부담 예측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배터리 제조사들은 국내 기업들이 적자 누적 등으로 인해 세액공제 혜택조차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직접환급형 세액공제나 3자 양도, 크레딧(Credit) 활용 등 실질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기업이 국내 재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태성 협회 상근부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대미 수출 관세 부담이 이어질 경우 제조원가 상승과 수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만큼, 국내생산촉진세액공제와 직접환급형세액공제 등 조특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차질 없이 통과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시 국내생산 요건 강화 등 정부 지원을 요청하며, 현재 진행 중인 대미 배터리 투자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미국 비자 제도의 신속한 개선을 요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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