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디엔에이링크는 전날(25일) 저녁 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조달 자금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며, 제3자배정 대상자는 평화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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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정상화 위해 평화개발 영입…경영권 분쟁 영향?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유증대금이 오는 11월 24일 납입되면 평화개발의 지분율이 7.89%가 되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된다는 점이다. 기존 최대주주이자 창립자인 이종은 대표 지분율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4.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수관계인인 이종화 씨의 지분을 합쳐도 4.68% 수준이다. 증자 후 이종은 대표의 지분율은 4.05%로 희석되며, 이종화 씨와 합쳐도 4.31%가 된다.
신주발행가액은 주당 3414원으로 책정됐다. 전일 종가 4030원을 기준으로 보면 15.3% 할인된 가격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은커녕 할인까지 해준 셈이다. 제3자배정 대상자 선정경위를 살펴보면 ‘회사의 경영 정상화 목적 달성’이라고 기재돼 있다. 이 대표의 경영권을 보호해줄 백기사로 영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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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엔에이링크의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3월 대표이사가 2명이 되면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임시주주총회 결과 경영진은 이 대표를 재선임했지만 소액주주연합에서는 이 대표를 해임하고 천무진 씨를 임시 의장으로 선임하고, 김유찬 한맥파트너스 대표 등 이사 9명을 선임시켰다. 양측 모두 공증된 주총 의사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소액주주연대는 회사를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제기하는 등 소송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소액주주의 연대가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라 우호 지분 확보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한때 공동 지분을 23.28%까지 확보했으나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지분율이 5.62%까지 떨어졌다. 지난 7월부터 일부 주주들이 의결권공동행사 약정을 해제하는 등 이탈하기 시작한 탓이다.
◇지분 인수 후 디엔에이링크의 본업 잘 살릴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평화개발이 디엔에이링크의 본업을 잘 살릴 만한 업체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일단 최대주주가 될 평화개발의 정체가 모호한데다 디엔에이링크와 사업적 연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디엔에이링크의 최대주주가 될 평화개발은 지난 3월 출자자 3명이 자본금 2억원으로 세운 법인이다. 평화개발의 최대주주는 지분 47.62%를 보유한 평화홀딩스다. 평화홀딩스는 1950년 설립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로 시가총액 459억원 규모의 코스피 상장사다. 디엔에이링크 시총(25일 기준 689억원)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다.
평화개발은 올 초 설립된 법인이기 때문에 현재 본격적으로 어떤 사업을 영위 중인지 파악하긴 어렵다. 단 최대주주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유전체분석 업체인 디엔에이링크와 어떤 시너지를 낼지는 미지수다.
디엔에이링크가 본업과 무관한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를 끌어들이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디엔에이링크는 지난해 4월 엔터미디어를 흡수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했다. 엔터미디어는 휴대용 노래반주기 제조와 영상뮤직 콘텐츠 제작업을 영위하는 업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전체 관련 정부지원사업 과제가 많이 줄어들면서 국내 유전체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다”며 “디엔에이링크는 국내 유전체기업 중 정부 지원 사업 비중이 가장 큰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시점에 이 같은 계약이 이뤄졌다는 건 평화개발이 상황을 잘 모르고 개입했을 수도 있다”며 “지금 굉장히 안 좋은 시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들어온 거라면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