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장 공석 사태가 유례없이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교수 출신 인사와 전직 고위 관료 등 하마평만 계속되는 상황으로 금융권 감독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자본시장연구원장 임기를 끝낸 박영석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 입길에 오르내렸다. 최근엔 하성근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도 새로 물망에 올랐다. 하성근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인사 문제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업계 한 관계자는 “유력하게 검토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안다”고 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인선이 이뤄진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자리인데도 하마평만 무성할 뿐 인사가 지연되는 데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인선 작업 초반엔 내부 반대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상복 교수는 과거 언론에 기고한 칼럼 등의 내용을 문제 삼은 금감원 노조에서, 원승연 교수는 금감원 부원장 시절 매끄럽지 않았던 관계에 금융위원회에서 각각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목 잡는 이 없더라도 금감원장직을 쉽사리 수락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년 3월 대통령선거까지 ‘9개월 시한부’여서다. 공식 임기는 3년이지만, 정치권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자리인 까닭에 임기를 장담할 수 없다. 박근혜정부 마지막 금감원장이었던 진웅섭 전 원장도 문재인정부 출범 후 임기를 두 달 남기고 직을 내려놨다.
1년도 채 되지 않을 임기 이후엔 3년 동안 재취업 제한을 받는단 점도 원장직 제안 받은 이들을 머뭇 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금감원장은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유관기관 등에 재취업이 금지된다. 서울 한 경영대학 교수는 “임기 1년 후 3년간 발이 묶인다면 차라리 이번 정부 말고 다음 정부에서 직을 맡는 게 낫지 않겠나”라며 “그나마 교수들은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해도 관료들은 고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짧은 임기에 전임 원장이 벌려 놓은 일들 뒤처리만 하고 본인 업적을 세우지 못할 수 있단 점 역시 손사래치게 만드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영혼까지 터는’ 인사청문회는 건너 뛴다 해도 인선 후 맞닥뜨릴 재산공개가 부담이란 얘기도 들린다. 최근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재산공개 후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물러나는 등 사후 검증 칼날이 매서워졌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장은 수락할 이유보다 거절할 이유가 더 많은 듯하다”며 “금융개혁 등 정권 말기에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많은데 청와대는 관료 출신을 꺼려하고 금감원 노조는 교수 출신을 싫어하니 인사가 지연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