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회장이 SPA 체결 후 남양유업(003920)의 주가가 오르자 가격 재협상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법무법인 김앤장의 쌍방대리, 남양과 대유위니아그룹의 업무협약(MOU) 등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양측은 다음 달 중으로 입증계획서 등을 제출하고 변론을 이어갈 예정이다.
|
◇“전무후무한 재협상 요구” vs “백미당·임원진 예우 미반영”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 번째 변론기일에서 원고 한앤코 측은 홍 회장이 M&A 업계에서 유례가 없는 ‘가격 재협상’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남양과 한앤코가 SPA를 체결한 것은 지난해 5월 27일이다. 이날 남양유업의 종가는 43만9000원이었지만 장 마감 후 남양유업이 한앤코로의 지분 매각을 공시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상승했고, 다음날에는 전일 대비 29.84%(13만1000원) 상승한 57만원으로 마감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다. 오너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던 남양유업의 주인이 바뀐다는 소식이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SPA 체결 후 주가가 상승하자 홍 회장이 가격 재협상을 요구했다는 것이 한앤코 측의 주장이다. 한앤코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13일 법정에서 “27일에 주당 82만원으로 SPA를 체결했는데 그 사이에 주가가 상승했다”며 “홍 회장이 계약 이틀 후 주당 가격을 90만원으로 높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고문료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이 주장한 임원진 예우는 3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남양 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는 “SPA 체결 당시 가격이 픽스돼 있었지만 백미당 분사 문제와 임원진 예우 등의 경제적 가치가 연간 30억원으로 사소한 이슈가 아니었다”며 “이게 계약서에 반영돼 있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남양 측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김앤장의 쌍방대리 논란이다. 남양 측은 13일 “계약 체결 경위가 중요하다”며 “피고는 완전계약 성격을 내세우지만 배임적 행위와 쌍방대리 이슈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남양-대유, 사실상 통합작업? 단순 경영자문?
지난해 말 남양이 대유위니아그룹과 맺은 MOU도 쟁점이다. 남양은 한앤코의 소송에서 승소해 주식을 처분할 수 있게 될 경우 해당 주식을 대유 측에 양도하겠다는 내용의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연말부터 대유 임직원이 남양에 파견돼 경영 자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한앤코 측은 이 과정이 통상의 M&A에서 진행되는 인수 후 통합(PMI) 작업과 사실상 유사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남양에선 대유 측 임직원 6명이 영업본부장, 마케팅실장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화우는 “경영자문을 넘어서 사실상 기업 통합을 진행하고 있다”며 “남양과 대유가 사내복지몰 통합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경영정상화나 주주가치 제고와는 무관하고 남양의 기업정보와 직원 인사기록, 개인정보가 대유와 공유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KB앤파트너스는 “대유 자문단은 조건부 계약”이라며 “통합 작업이라고 하는데 전혀 상관 없다. 남양유업이 경영상태가 굉장히 악화돼 있는데 가처분 신청을 걸어서 대표이사도 선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재판 속도에 대해서도 양측의 이해관계가 대립한다. 한앤코 측은 남양과 대유의 MOU 체결이 사실상 PMI라고 보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소송전이 끝나고 기업 인수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화우는 “재판이 길어지면 (남양이) 대유와 협력해 회사를 저희 의도와 다른 형태로 바꾸거나 형해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다음 달 24일 세 번째 변론기일에서 만날 예정이다. 입증계획서와 증거신청서는 다음 달 17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남양 측은 한상원 한앤코 대표, 김앤장의 박종구·박종현 변호사,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 실사 관련 팀장 등 대거 증인 신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